2024년 5월 3일(금)

장기기증, 어려운 일 아닌 당연한 문화 되어야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_신채영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17년 전,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위암이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 위염이었어요. 정말 큰 병을 얻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신채영(80)씨는 건강할 때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후 장기기증과 시신기증, 한 달에 5000원이라는 금액 후원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1년부터 1만원으로 늘렸고, 내년부터는 2만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령에 수입도 일정하지 않지만, 한 번도 후원을 빼먹은 적이 없다. 금액 후원자 3만3000여명 중 둘째로 오랜 기간 동안 후원을 해왔다.

사실 신씨는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한 이후 눈에 띄게 몸이 건강해졌다. 이어 “다른 사람을 돕기로 정했더니 오히려 내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쩜 그 나이에 주름살도 없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바깥양반 도장을 몰래 훔쳐서 후원 신청서를 썼어요. 이후에 들키고는 아주 혼이 났습니다. 근데 제가 더 건강해졌으니 아무 소리 말라고 그랬지요. 우리 집 양반도 어쩔 수 없었죠.”

처음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말하면 지인들은 깜짝 놀라곤 했다. 모두들 낯설어하고 꺼려하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변하면서 주위 사람들 중에서도 “나도 장기기증 서약을 하겠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남편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남편은 3년 전, 세상을 갑작스레 떠나면서,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신씨는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가버린 이들이 많다”며 “장기기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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