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길고 복잡한 절차… 입양 전담 판사 필요해

‘특례법’ 실시 후 인천지역 첫 사례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보셨죠? 닭이 청둥오리를 키우잖아요. 애들한테 그런 식으로 입양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요.”

인천에 사는 유진아(가명·35)씨는 지난달 16일, 5개월 된 미진(가명)양을 입양했다. 지난 8월 5일 ‘입양특례법’이 실시된 후 인천에서 입양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4월 입양을 신청한 유씨는 “길고도 힘들었다”고 입양 과정을 설명했다.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라, 유씨는 주민등록등본, 소득 및 재산 관계 서류 등 기본 서류 외에 범죄경력 조회 회신서, 심리검사 결과서, 알코올·마약 등 약물중독 관련 서류를 가정법원에 추가 제출해야 했다. “입양될 아이를 위한 법이라곤 하지만 절차가 매우 복잡해요.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관련 기관의 이해와 협조가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유씨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취지에 맞게 정착하려면, 가정법원의 입양 전담 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사 조사 끝나고 판사님 만나는 데 한 달 걸렸어요. 판사님 재판 일정이 빡빡해서요.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빨리 부모와 만나야 애착 관계가 생겨요. 입양을 담당하는 전담 판사가 없다 보니, 가정법원에서 이혼을 주로 담당했던 판사분들이 허가를 내려요. 아이를 위한 입양이니만큼 세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유씨는 지난 4월부터 한국입양홍보회 인천 지부 등 입양 가족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이가 입양 사실을 받아들일지 제일 두려워요. 준비하려고 공부하는 거예요. 공개 입양 가정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배워요. 입양 사실을 숨겼다가 아이가 나중에 받는 충격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알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알려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말해야 충격이 덜하다고 하더라고요.”

‘입양특례법’ 시행 5개월째, 유씨를 포함해 법원의 허가를 받은 입양은 총 8명이다. 법 시행 전에는 매달 200명 정도 입양이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 입양 대상 아동 수도 줄었다. 지난 8월, 입양 전문 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 들어온 아동 수도 31명으로 평균(64명)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해도 입양을 보내면 흔적이 남지 않지만, 미혼모의 비밀 보장 등은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연희 회장은 “법 시행 초기라 정착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를 통해 입양아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선진국형 입양 문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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