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인도 에너지 빈곤 해결… 태양광에서 답을 얻다

하리쉬 한데 ‘셀코 솔라’ 공동 대표
태양광은 저렴하고 깨끗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셀코 솔라’ 설립·운영
인도 전역에 32개 센터 유지·관리 A/S 철저히
돈없는 주민들 부담 더는 맞춤형 대출 시스템 구축
많은 국가에 보급 위해 기업 노하우도 적극 공개

“인도의 빈곤층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값싸고 안전한 불빛’입니다. 등유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이들에겐 ‘깨끗한 에너지’도 필요합니다. 값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태양광발전’이 제가 얻은 해답입니다.”

지난 11월 13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포럼에서 만난 하리쉬 한데(Mohan B.Hedge)씨가 태양광발전 사회적 기업 ‘셀코 솔라’를 창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정전이 일어날 정도로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만성적인 전력난은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1.2%씩 떨어뜨리고 있다. 안전한 불빛이 없으니, 저소득층은 ‘에너지 빈곤’에 시달린다. 인도 상인들은 등유를 사기 위해 하루 평균 15루피(360원)를 소비한다. 불빛이 없으면 해가 져도 물건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번 돈으로 내일 장사할 등유를 구입한다. 하루 평균 수입(53루피)의 30%를 등유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니, 하루하루 생계유지도 버겁다. 인도 인구의 60% 이상이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다.

인도 빈민층 15만5000가구에 태양광을 통한 전기를 보급한 사회적기업‘셀코 솔라’의 공동대표 하리쉬 한데씨의 모습.
인도 빈민층 15만5000가구에 태양광을 통한 전기를 보급한 사회적기업‘셀코 솔라’의 공동대표 하리쉬 한데씨의 모습.

하리쉬 한데씨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에너지공학 석·박사 학위를 마친 직후인 1994년, 모국인 인도로 돌아가 ‘셀코 솔라’를 설립했다. 지난 8년간 ‘셀코 솔라’는 인도 빈민층 15만5000가구에 태양광을 통한 전기를 공급했고, 2011년에는 소외계층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Magsaysay Award)’을 수상했다.

“태양광은 보급뿐 아니라 유지·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태양광 보급 시스템을 도입만 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유지 관리가 어렵고, 보수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셀코 솔라는 현지에서 태생한 사회적 기업의 강점을 살려, ‘방문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차근차근 고객을 확보해나갔습니다.”

셀코 솔라는 인도 전역에 32개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직원이 오토바이로 2시간 이내에 갈 수 없는 곳에는 태양광 설비를 팔지 않는다. 확실한 애프터 서비스(A/S)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셀코 솔라의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는 소문을 탔고, 매출액 약 5000만달러(약 540억원)에 직원 수 208명을 보유한 대규모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케팅·홍보 비용을 단 1달러도 사용하지 않고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하리쉬 한데씨는 이를 위해 지난 5년간 인도 전역의 은행을 돌면서, 빈곤층을 위한 ‘맞춤형 대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셀코 솔라가 개발한 가정용 태양광 패널 비용은 평균 160~300달러. 빈곤층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길거리 상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살고, 쌀을 재배하는 농가에선 1년 단위로 소득이 들어오기 때문에, 매달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 어려웠어요. 셀코 솔라의 태양광 패널 구입 시, 소득 주기에 맞춰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태양광-대출 패키지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은행은 주민들의 대출 회수 여부와 정도를 예측할 수 있고, 셀코 솔라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었죠.”

은행 대출조차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제3의 스폰서’를 소개했다. 특히 상인들의 경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뒤 스폰서에게 매일 일정 금액을 갚아나가도록 했다. 은행에 갚는 것보다 이자가 저렴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마을 커뮤니티 안에 4~5명으로 형성된 그룹이 기간을 정해 함께 갚도록 했다. 이마저 어려운 경우, 셀코 솔라가 은행에 대신 납부한 뒤 일정 기간을 두고 비용을 회수한다. 하리쉬 한데씨는 “되도록이면 셀코 솔라가 직접 대부를 하지 않고, 은행과 개인이 연결되도록 권장한다”면서 “셀코 솔라가 고객의 자격 증명서를 은행에 보내주고, 비용의 10%를 보증금으로 납부해주는 방식으로 연결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코 솔라는 개발도상국의 더 많은 가난한 이들에게, ‘값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 노하우를 적극 공개한다. 하리쉬 한데씨는 이를 위해 2006년 이노베이션 연구실을 설립했다. 셀코 솔라 모델을 배우고픈 기업가들을 모집해, 기술은 물론 재무상황·사업구조를 공유하고 과거의 사업계획서까지 공개한다. 기술 및 노하우를 독점하고 숨기려는 일반 기업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셀코 솔라(셀코 솔라는 주식회사 형태의 사회적 기업)를 설립할 때부터 주주들에게 ‘모든 기술과 노하우는 일반인에게 공개될 것’임을 알리고, 동의를 받았습니다. 셀코 솔라의 철학은 ‘경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질병을 발견한 농부가 경쟁심 때문에 옆 농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질병이 전체 농가에 퍼지기 전에 대비하라고 알려주는 게 바람직하겠죠.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셀코 솔라의 비전이자 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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