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니 교수 부부
“첫째, 협동조합은 기업이지 자원봉사단체(voluntary organization)가 아닙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효율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둘째는 주식회사도 도덕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궁극적으로는 외면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베라 자마니 교수 부부는 협동조합설립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명심해야 할 두 가지를 말했다. 지난 2일 오전, 특임장관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협동조합경제의 석학 자마니 부부를 만났다.
주식회사는 ‘1주 1표’ 원칙에 따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지만,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권익’을 위한 목적으로 조합원 1인이 1표를 행사하는 법인이다. 자마니 교수 부부는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관계는 대체재가 아니라 ‘전략적 보완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이탈리아에서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이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경쟁, 노동시장규제 등 많은 이슈에서 협력한다”고 덧붙였다.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주식회사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는 산업은 복지·의료·관광 등 인적네트워크가 중요한 서비스 분야다. 베라 자마니 교수는 “생산자가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human touch)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협동조합은 대규모 자금 조달에는 약점을 갖고 있기에, 제조업의 경우 연합체를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세계적인 음료업체 웰치스는 주식회사지만, 최대 주주는 미국 1만2000여 포도 재배 농가의 협동조합인 ‘전미포도농가협동조합연합회’다. 협동조합의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주식회사의 장점을 취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자마니 교수 부부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대학원에 협동과정을 위한 석사과정을 개설하거나 벨기에의 루벤대학, 프랑스의 파리대학,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 등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의 활동을 통해 ‘협동조합’에 대한 학문적 기초를 닦아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법에는 금융과 보험 분야가 제외됐다. 세계 300대 협동조합 총매출의 43.5%가 금융 및 보험 분야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베라 자마니 교수는 “이탈리아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 자본의 50%가 조합원이 협동조합에 대출한 자금”이라며 “협동조합은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조합원은 시중 이율보다 조금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금융제도를 도입하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자마니 교수 부부에게 해외 협동조합 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베라 자마니 교수는 “월마트와 같은 국제적인 유통업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작은 협동조합들이 협력해 전략적으로 도매 컨소시엄을 조직했다”며 “협동조합연합회가 개별 협동조합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금융지원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협동조합연합회에서 해마다 잉여금의 3%씩 적립, 회원 협동조합을 위한 금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과거에는 물건을 더 싸게 사는 것만 생각했는데, 요즘엔 구매하려는 물품이 친환경적인지, 회사가 종업원들을 적절하게 대우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요. 최근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55%의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윤리적인 기업의 물건을 사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협동조합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이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