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비영리의 효율화·영리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기업가 MBA로 키운다”

아쇼카 유(University)(사회적기업가 양성 프로그램) 마리나 킴 대표

마리나킴 아쇼카 유 대표는“자신만의 역할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리나킴 아쇼카 유 대표는“자신만의 역할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도 생겨난다. 리더는 사회문제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역량을 키워야 하며, 본인이 속해있는 조직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기존 경영대학원(이하 MBA) 코스에 사회적 정신을 접목시킨 사회적기업가 MBA 프로그램이 필요해진 이유다.”

아쇼카 유(University) 설립자인 마리나 킴(Marina Kim) 대표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 스탠퍼드대학(국제관계학 전공) 재학 당시 우연히 ‘사회적기업 운동’을 접한 후 실리콘밸리가 아닌, 사회적기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마리나 킴의 노력으로 스탠퍼드대에는 ‘소셜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이라는 부전공이 신설됐고, 그는 직접 ‘아쇼카 유(University)’를 설립했다. 아쇼카 유는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아쇼카재단’의 대학 프로그램으로, 사회적기업가 MBA가 그 중심이다. SK사회적기업가(SE) 센터가 주최한 ‘아쇼카 유 초청워크숍’을 위해 방한한 그를 통해, 사회적기업가 MBA의 역할을 들어봤다.

―아쇼카 유에 대해 소개해달라.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교육시키는 우수 대학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학부 수준의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MBA 프로그램이 주축이다. 아쇼카재단이 축적한 지식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미 사회적기업 정신을 훌륭히 교육시키는 대학에는 ‘체인지메이커 캠퍼스(Change Maker Campus)’라는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 150개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들은 매년 ‘아쇼카 유 익스체인지’라고 하는 정례회의를 열기도 한다.”

―사회적기업가 MBA 프로그램이 일반 경영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영리기업은 사회적인 의무에 대한 고민이, 비영리 단체는 효율적인 일 처리와 책임감 증진에 대한 갈증이 높았다. 이러한 양쪽의 고민이 최근에는 효과적인 경영과 사회에 대한 임팩트로 점점 합쳐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정신과 관련된 MBA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기존 MBA의 경영관련 지식에다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그를 바탕으로 한 혁신정신, 기업가 정신이 더해지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사례연구나 시장조사, 에너지문제, 국제개발 비즈니스, 공공경제학 등이 커리큘럼에 포함된다. 사업계획서와 연구과제를 제출하고 현장실습도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대상이 되나.

“해외의 경우, 세 부류로 압축된다. 비영리분야 사람들과 사회적 경제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기업인들, 그리고 이미 여러 개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다. 비영리 분들은 기존에 갖고 있는 역량이나 스킬로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업에서 오는 분들은 사회적기업 분야에 진출할 관문이 필요하고,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통찰력도 키우고자 한다. 공통적으로는 경험과 네트워크가 축적된다. 하지만 현재 창업 초기 상태에 있는 사회적기업가라면 굳이 2년 풀타임의 MBA를 무리하게 이수할 필요는 없다. 만약 부족함을 느낀다면 단기간의 심화과정을 이수하는 방법도 있다.”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MBA 프로그램만을 놓고 봤을 때, 지원자나 선정되는 학생은 어느 정도의 기업가 정신은 갖췄다고 전제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그런 가치들을 더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깨우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롤모델을 통해서 정신을 배울 수도 있고, 실습 교육으로 자주 현장에 노출되면서 길러지는 경우도 많다. 저개발국에서 불평등과 부조리를 직접 목격하면서,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실제 기업가나 리더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진로와 방법들이 있다.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것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MBA 프로그램을 통해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자기만의 역할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본다.”

―내년 2월 선보일 카이스트 MBA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 MBA다. MBA 코스를 디자인함에 있어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기존 커리큘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버드대학에서는 이미 15년 전에 사회적기업가 정신 과목이 처음 개설됐고, 스탠퍼드대, 듀크대, 컬럼비아대 등도 우수한 강의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니 이를 참고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한국의 실정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가 안고 있는 사회적문제가 모두 다르지 않나.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한국인이거나,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으로 꾸려져야 한다. 탄탄한 이론과 실용성을 겸비해야 한다. 이미 우수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을 보면, 훌륭한 교수님들과 뛰어난 사회적기업 운영자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정체돼서는 안 된다. 진화와 변화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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