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식물 키우기·생활복 재활용… 작은 실천으로 세계를 바꿀 수 있어요

[지구촌 문제 고민하는 4명의 청소년 리더] 지구촌 빈곤 문제 해결에 학생으로서의 역할 고민
온실가스 줄이기 위해 모든 교실에 화분 기르고
단체 티셔츠는 재활용 빈곤퇴치 주제로 캠페인송·공모전도 제안

지난 9월, 서대전여자고등학교의 모든 교실 창가에 초록색 화분이 하나씩 놓였다. 지구, 자연, 지구사랑…. 학생들이 직접 꽂은 화분 이름표다. 전교생이 함께 식물을 키우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 문제를 생각하자는 취지의 작은 캠페인이다. 이는 한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한 사람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나무 978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해요.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가, 화분을 떠올렸어요.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름으로 정하자고 제안했죠. 비록 28개의 작은 화분이지만, 학생들의 이런 실천이 모이면 가뭄과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지구 반대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현은(17·서대전여고)양이 ‘식물 키우기’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된 ‘굿네이버스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캠프’에 참여했던 장양은 “캠프에서 배운 기후변화와 지구촌 빈곤 문제를 학교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10월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캠프’에 참가했던 4명의 청소년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캠프’는 지구촌 빈곤 퇴치에 기여할 글로벌 리더 육성을 위해 굿네이버스와 연세대학교가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학생회장·부회장 약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기후변화로 파생되는 지구촌 문제와 빈곤 퇴치를 위해, 청소년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이들은 학교에서 직접 시도해본 캠페인 경험을 나누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지연(17·서울 상일여고)양은 ‘빈곤퇴치 캠페인 송(Song)’을 떠올렸다. “올해 6월, 서울시 ‘착한 말 실천학교’에 선정돼서 다양한 캠페인을 시도했어요. 점심시간마다 ‘착한 말 캠페인 송’을 틀고,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욕을 하는 에피소드를 뮤직비디오로 찍어서 공유하기도 했죠. 학생들이 캠페인 송을 흥얼거리면서 가사를 생각하게 됐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인식개선이 됐어요. 11월부터는 ‘빈곤 퇴치 캠페인 송’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지구촌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하려 합니다.”

전교생의 에너지 절약 방안을 제안해 직접 실천하고 있는 학생회장도 있다. 조예진(17·광주 대성여고)양은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 교내 생활복 착용을 건의했다. “여름이 되면 여학생들이 교복 치마가 갑갑해서 에어컨을 더 틀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생활복을 각자 마련하는 것도 낭비일 테니, 전교생이 5·18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때 받았던 마라톤 티셔츠를 교내에서 입을 수 있도록 허락받았어요. 결과적으로 에어컨 사용량도 줄었고, 옷도 재활용할 수 있었죠.” 조양은 캠프 직후 개발도상국 아동 2명과 일대일 결연을 할 정도로, 개인 후원도 열심히 하고 있다. 강재균(18·건국대사범대부속고)군은 교내 공모전과 토론대회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교내 대회 수상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구촌 빈곤에 대한 인식 개선을 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캠프에 참여했던 한 학생회장이 인근 부천 지역 고등학교 학생회장들을 만나서, 동일한 날짜에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형광등을 끄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실천 여부는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올리도록 했죠. 실제로 해당 일자에 캠페인에 참여한 부천 지역 고등학교들의 불이 한 시간 동안 꺼졌다고 해요. 이처럼 모든 학교가 지구촌 빈곤을 주제로 공모전이나 토론대회를 연다면, 인식 개선의 효과는 몇 배로 커질 거라 생각됩니다.”

이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일했다. 작은 실천이 모여 지역을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청소년들도 빈곤 퇴치를 위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4명의 청소년 리더들은 “학생들이 함께 지구촌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나보다는 이웃을, 우리나라를 넘어 지구촌을 배려하는 ‘실천하는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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