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목)

아이를 안은 13살 엄마는 학교 가는 게 소원입니다

‘세계 여자아이의 날’특집 (10월 11일)
사회·경제적 위치 낮은 10~18세의 소녀들
학교 그만두고 조혼해 14시간 일해 4달러 벌어
플랜코리아, 경제 교육과 국공립학교 편입도 지원

“이웃에 사는 친구한테 문제집을 빌리러 갔어요. 돌아오는 길에 몇몇 친구들이 우리 집에 낯선 사람들이 온 것을 봤다고 하더군요. 결혼 승낙을 받으러 온 것이었대요.”

니제르에 사는 마리아마(13)양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학교를 좋아하고, 가장 싫어하는 과목인 수학을 제외하면 반에서 4등을 차지하는 똑똑한 마리아마양. “삼촌에게 이 결혼을 그만둬 달라고 부탁했어요. 저는 아직 남자와 잠자리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라며 눈물을 흘린다.

작년에 결혼한 니제르의 하오우(가명·15)양은 심각한 출산 질병을 앓고 있다. 성생활과 출산을 하기에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신부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그녀의 아기는 출산 도중 숨졌다. “정말 겁이 났어요. 산고(産苦)는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다시는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아요.”

니제르에 사는 소녀 중 75%는 18세가 되기 전에 결혼을 한다. 36%는 15세 이전에 결혼한다. 결혼할 때까지 남편이 누구인지 모른다. 신랑은 대개 신부보다 열 살이 많다. 특히 농촌지역에선 양측 가족의 합의에 따라, 10~12세의 어린 소녀들이 조혼을 한다. 니제르는 세계에서 조혼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결혼 법적 연령이 여자는 15세, 남자는 18세이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니제르에서 이런 얘기는 금기시된다.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인터내셔널’은 이 지역의 156개 학교를 대상으로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도록 지원하고 조혼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는 ‘이매진(IMAGIN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노력 덕분에 197달러의 돈을 받고 팔리듯 시집가야 했던 마리아마양은 현재 학교로 돌아왔다.

미상_사진_아동_여자아이1_2012◇개발도상국 여자 아이들의 현실

지난달 중순, 기자는 인도 라자흐스탄주의 한 마을에서 망구(14)양을 만나기 위해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웃 주민이 마을 주변의 산과 언덕을 다 뒤져서야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망구양은 또래 친구 2명과 함께 소·염소에게 풀을 먹이고 있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이 마을에 사는 여자아이 20명 중 1명만이 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두 오빠는 각각 10학년과 11학년에 다니고, 큰오빠는 공무원으로 도시에 나가 산다. 반면, 아예 학교 문턱을 밟지도 못한 그녀의 언니는 16세에 조혼을 했다. “망구양은 공부를 꽤 잘했는데, 집안일 때문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고 이웃이 귀띔했다. 망구양 또한 1~2년 내에 언니처럼 조혼을 하게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여성들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사회적·경제적으로 가장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난민의 80% 이상, 문맹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여성이다. 17세의 딸과 35세의 엄마가 매일 4달러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14시간씩 2000개의 담배를 말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플랜코리아 대외협력홍보팀 김혜현 대리는 “결혼지참금을 위해 하루 종일 담배를 마는 여자아이들은 가슴과 폐에 통증을 느끼는 등 각종 질병에 걸린다”며 “심지어 모유 수유를 하는 어린 엄마가 무릎에 아기를 눕혀놓고 몇 시간씩 담배를 말기도 하고, 이 아이들은 여름이면 섭씨 45℃가 넘는 온도에서 유해한 담배연기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말했다.

미상_사진_아동_여자아이2_2012◇여성 직업교육·성교육·경제력 강화사업

빈곤과 차별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뭘까. 개발도상국 여아 권리신장 캠페인 ‘Because I am a girl(가난한 나라에서 여자아이로 산다는 것)’을 펼치고 있는 플랜코리아는 여성을 위한 직업교육과 경제력 강화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취약계층여성 경제력 강화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부르키나파소는 2011년 UNDP의 전 세계 인간개발지수(HDI) 조사 결과 187개국 중 181위를 기록한 나라로, 아프리카에서도 생활수준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김혜현 대리는 “지역여성들이 팀을 구성해 소액을 모아 종잣돈을 관리하고, 소액대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밤(Bam)주의 5개 지역에서 575개의 VSLA(Village Saving Loan Association·마을저축대출협회) 모임을 지원했고, 1만6000여명의 여성이 모임에 참여했다.

3년간의 사업결과, 염소·양·가금류·자전거 등 자산 증가율은 최고 233%에 달했다. 대부분의 모임에서 가축사육이나 소규모 식당운영, 식품가공 등을 통해 소득을 증가시켰다. 여성의 지위와 의료서비스 이용률도 함께 높아졌다. 모임별로 54%에 달하는 이윤까지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자이푸르 지역의 여학생 직업교육센터 교육 지원, 태국 교육부와 협력해 종합적인 성교육을 위한 교재 제작 등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13일 기자가 방문한 인도 드하마을의 ‘넌포멀 에듀케이션 센터(Non Formal Educaiton Centre)’에서는 6~14세 사이의 아이들 37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거나, 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아이들이었다.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가 훨씬 많았다. 플랜인도 라자흐스탄주 매니저인 라주 네그팔씨는 “수준별로 A, B, C 3단계로 나눠 수업하는데, 해마다 이 과정을 마친 700~1000명의 아이가 국공립학교의 정규과정으로 편입한다”며 “3년 후 아이들을 추적조사해 보니, 80%가 계속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해답은 ‘교육’이었다.

‘플랜코리아’는…

1937년 설립된 75년 역사의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은 비종교, 비정치, 비정부 국제기구로, UN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기구이다. 한국은 1953년부터 1979년까지 26년간 플랜의 후원을 받아오다, 1996년 세계 최초로 수혜국에서 후원국 자격으로 전환하였고, 플랜코리아는 플랜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이다. 현재 대한민국, 영국, 미국 등 20개 후원국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50개국 2800만여명의 어린이와 가족을 후원하고 있다.

●후원문의: 02-790-5436

(www.plan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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