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색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삶의 주인이 된 그들의 외침

지적장애 당사자 대회 – 지난 5일 서울서 열려 지적장애인 120명 참여
준비·진행 직접하는 것에 대회의 큰 의미 부여

“첫째!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말아라. 다 같은 사람이다!”

상기된 목소리로 선언문을 선창하는 김전준(23)씨는 2급 발달 장애인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120여명의 지적장애인이 “다 같은 사람이다”라고 선포한다. “우리는 감정이없는 동물이 아니다. 사랑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라는 선언에는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고함을 지르는 이도 있다.

지난 5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에서 ‘2012 서울지적장애 당사자 대회’가 열렸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나 장애인 학교 등의 지적장애인 120명이 함께했다. 대회를 주관한 서울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의 박찬오 소장은 “신체 장애인들의 경우, 지난 2000년대부터 주체성을 갖기 위한 운동을 하며 필요한 지원 제도를 스스로 만들어왔다”며 “지적장애인들도 자립해보자는 취지로 대회를 기획했다”고 했다.

미상_사진_장애인_서울지적장애당사자대회_2012대회의 기본 이념은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다. ‘피플 퍼스트’는 “장애인이 아닌, 먼저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운동으로 1973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경우, 1994년부터 매년 피플 퍼스트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0월 ‘송파 지적장애 당사자 대회’를 개최한 게 그 시작이다. 양원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는 “장애인 중 가장 소외받아왔던 지적장애인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권리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당사자가 중심이 되는 장애인 운동의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직업”사랑”차별’ 등 세 가지 주제 발표에서는 다양한 얘기가 쏟아졌다. 우체국에서 일해 번 돈으로 자기 스마트폰의 요금을 직접 낸다는 한 발표자의 말에 객석에서는 “오오~” 하는 탄성이 나왔다. 1년을 사귄 남자 친구와 부모의 반대 때문에 헤어졌다는 발표자는 “지적장애가 있어도 꼭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진행과 발표, 질문, 토론을 모두 지적장애인들이 하다 보니, 서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몇 번을 되묻고서야 대화가 이어졌지만, 누구도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진행은 물론, 준비도 지적장애인의 손으로 이뤄졌다. 대회 준비 위원으로 사회를 맡았던 김진성(25·지적장애 2급)씨는 “TV프로그램의 사회자들을 보고 따로 연습도 했다”며 “우리도 자신감을 갖고 뭔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임성규 서울시 복지재단 대표는 “복지는 사회적 약자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으로, 그 전제 조건은 구성원 모두가 당당함을 갖는 것”이라며 “지적장애인들이 스스로의 삶에 주인됨을 선포하는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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