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병원없는 마을 찾아다니며 진료… 아이들의 건강 위해 달리는 버스

지멘스 건강검진버스
4월부터 버스 개조해 도서·산간지역 찾아가
매회 80개 지역 신청 2차 검진비용 지원해

“숨을 한번 크게 내쉬어볼까?”

초음파 진단기기가 배꼽 위에 닿자, 이수아(10)양이 몸을 잔뜩 움츠린다. “괜찮아. 우리 몸속이 얼마나 건강한지 가르쳐주는 친절한 기계야.”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지자, 언제 긴장했느냐는 듯 수아양이 이내 눈을 반짝인다. “뱃속에 상처가 났는지도 가르쳐주나요?” “제 몸속은 어떻다고 하나요?” 검진이 이뤄지는 5분 내내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수아는 건강해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네.” 의사 선생님의 답변을 들은 수아양이 진찰대를 내려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신건우(12)군이 들어간 곳은 높이 1m40㎝에 달하는 하얀색 박스. 헤드셋을 낀 채 눈을 지그시 감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고병관 한국 지멘스 보청기 사업부 직원은 “증폭을 측정해서 난청이 있는지, 실제 청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장비”라며 “아이들은 난청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이어폰을 끼고 자거나 큰소리를 지속적으로 접하면 귀에 나쁘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1 지난 9월 15일, 광주광역시 송치동에 도착한 한국지멘스의 이동검진차량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활짝 웃어 보였다. 2 초음파진단기기로 아동의 복부 정밀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3 한국 지멘스의 이동식 건강검진 버스.
1 지난 9월 15일, 광주광역시 송치동에 도착한 한국지멘스의 이동검진차량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활짝 웃어 보였다. 2 초음파진단기기로 아동의 복부 정밀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3 한국 지멘스의 이동식 건강검진 버스.

지난 9월 15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치동 본량농협 건물 앞. 토요일 오전이면 한산하던 이곳이 60명의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이날은 서울에서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왔다. 초음파 진단기기와 소변검사 기기, 청력검사 장비 등 최신 의료장비가 가득 찬 이동식 건강검진 버스가 도착한 것이다.

“이곳엔 문구점도 병원도 없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려면, 1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야만 했어요. 인근에 보건소가 있지만 독거노인을 위한 방문진료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고요. 아이들의 건강관리 문제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이광선 늘사랑 지역아동센터 원장)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공헌을 고민하던 한국 지멘스(SIEMENS)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한국 지멘스는 지난 4월부터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의료장비를 싣고, 도서나 산간지역 아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멘스는 인더스트리(industry·산업), 헬스케어,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기전자기업이다. 전민아 홍보팀 부장은 “오지에 사는 아이들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해 비용이 많이 드는 정밀검진을 받기 어려운 형편이라서, 지멘스의 최신 의료장비를 이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 지멘스 임직원들은 전라남도 해남의 땅끝마을부터 경기 군포, 전북 익산, 전북 전남 등 매달 한 번씩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키·몸무게 측정부터 청력·시력·소변·혈액·초음파 검사 등을 하다 보니, 오전에 시작한 검진은 오후 5시가 되어야 끝난다. 검사장비는 지멘스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다.

특히 초음파 진단기기 Acuson X300는 한국에서 자체연구·생산된 제품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경량화해 다양한 범위의 검진이 가능하다. 정준용 아이들과미래 미래사랑키움팀 팀장은 “한번 신청받을 때마다 80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신청할 정도로 정밀 검사에 대한 지역의 욕구가 높았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진행된 초음파 검사 중, 10살 아동에게서 난소 종양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국지멘스는 2차 정밀 검진 비용을 지원했고, 해당 아동은 산부인과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회복했다.

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윤연홍씨는 “초음파 검사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검사”라며 “종양 외에도 소아기 때 자주 발생하는 백혈병이나 림프종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검진을 위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2명의 전문의가 자원봉사를 자처했고, 채혈사, 청각사 등 한국 지멘스의 임직원 9명도 진행을 도왔다.

건강검진 이후 지속적인 교육도 중요하다. 한국지멘스는 어린이를 위한 의료 교육 만화 ‘메디키즈(Medikids)’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무료 건강검진뿐 아니라 아이들의 질병 예방을 위해 다양한 교육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앞으로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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