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친생부모 동의후 가정법원 허가 받아야 입양 가능

허남순 교수 인터뷰
미혼모 출생신고해도 아이를 입양 보내면 아예 흔적 남지않아
양쪽부모 알고 지내는 개방입양이 세계추세

미상_사진_입양_허남순교수_2012입양, 특히 해외 입양은 우리나라에서 늘 동전의 양면 같았다. 해외 입양인의 눈물겨운 성공스토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도, 연간 1000여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된다는 부끄러운 이면은 애써 외면했다. 지난 8월 5일부터 시행된 개정 입양 특례법으로 우리나라는 입양 문화 ‘후진국’을 벗어날 수 있을까. 허남순(64)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통해 달라진 입양 특례법의 취지와 의미, 방향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이번에 개정된 입양 특례법의 취지와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비밀 입양이 대부분이었다. 또 입양 부모를 중심으로 입양이 이뤄지다 보니, 입양 아동의 권리나 복지가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있었다. 입양 부모에 대한 범죄 조회도 부족했고, 입양 부모가 이혼하거나 입양 아동과 갈등을 빚으면 쉽게 관계를 끊어 졸지에 고아가 돼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통해 입양이 이뤄진다. 친생부모와 아이의 법적 관계는 완전히 종료된다. 입양 아동과 입양 부모 모두 법적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미혼모에게 아이를 출생한 후 일주일 동안 숙려기간을 두고 입양 동의서를 쓰도록 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면 어떤 경제적 지원제도가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고민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비밀 입양을 선호하는 반면 선진국은 입양에 대해 훨씬 관대한 문화다. 현실을 앞서가는 법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미국도 1960년대 중후반까지 우리처럼 미혼모들이 아이를 몰래 입양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후 여성의 권익이 커지고 아동 권리에 대한 법이 만들어지면서 미혼모 지원제도가 많이 생겼다. 이 때문에 미혼모 숫자는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많지만 대부분 자신이 낳은 아이를 스스로 키운다. 입양 보내는 아이가 적은 것이다. 반면 불임 부부를 비롯해 양자를 원하는 부부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자국에서 입양 아동을 찾기 어려우니까 해외에서라도 입양을 하려고 한다. 입양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30~40년 전에는 우리와 비슷했다. 당분간은 입양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에 ‘헤이그 협약’ 가입을 권고하는 등 이런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다.”(헤이그 협약은 국제 입양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제 협약으로 미국, 프랑스 등 총 8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국제 입양을 보내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가입국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미가입국으로, 지난 18대 국회에서 한국의 가입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입양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다 보니 비밀 입양을 원하는 입양 부모가 입양을 꺼리게 될 수도 있지 않나.

“예전에는 부부만 아는 비밀 입양이 많았는데, 요즘은 100% 완전한 비밀 입양이 거의 없다. 1세 미만의 아이를 입양해서 가까운 친인척에게는 알리는 ‘반공개 반비밀’ 입양이 많다. 하지만 비밀 입양의 경우 아동이 커서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이 크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입양된 사실을 일찍부터 알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를 공개하며, 심지어 친생부모와 사진도 주고받는 등 ‘개방입양’으로 가는 추세다. 선진국도 대부분 개방입양이 많다. 이번 입양 특례법이 정착되면 한국은 (개방입양은 아직 이르고) 공개 입양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밀 입양 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입양 가정의 성공 사례가 많이 공개되고, ‘아! 나도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부모들이 입양에 관심을 갖고, 국내 입양도 활성화될 것이다. 1세 미만의 영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아동 입양이나 장애인 입양 등도 활발해져,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입양에 대해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변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다. 입양 기관·미혼모시설·산부인과·가정법원 등 입양 관련 종사자들, 더 나아가 일반 국민에게 바뀐 입양 특례법이 어떤 영향과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미혼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는 걸 꺼려, 아동을 유기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매매하는 사례가 늘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미혼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해도 입양을 보내면 아예 흔적이 남지 않는다. 입양 숙려제를 끝내고 바로 국내 입양되는 사례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외 입양 역시 기간이 좀 더 걸릴 뿐, 가족관계등록부에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장애 등으로 입양이 안 되는 경우, 미혼모의 비밀 보장을 위해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보완제도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한 아동 불법매매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엄벌해야 한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좋은 법을 만들었는데, 도리어 아동의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되지 않겠는가. 미혼모나 입양 부모들이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입양 담당자들이 이 법의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상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허남순 교수는 마지막으로 “20년 전 10%대에 불과했던 이혼율이 지금 42%대에 달하고, 5~6명의 자녀를 낳던 여성들의 출산율이 이제 1.2%대로 떨어졌으며, 호적이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생길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바뀌었다”며 “입양 특례법이 잘 정착되면 우리의 입양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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