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역사·사진 속 인물처럼… 렌즈 통해 ‘세상 보는 눈’ 넓히죠

두산 ‘시간여행자’ 프로그램
아이들 눈높이 맞춘 재미난 역사·사진전 학생 등 70여명 참여
선조들의 삶 탐구하며 현실 극복법 일깨워 카메라 들고 현장답사 사진 촬영기법 배우기도

“옛날 사람들도 과거시험 볼 때 커닝을 했어요. 수염 만지면서 점잖게 치렀을 것 같지만 사실은 훔쳐보기도 하고, 심지어 콧구멍에서 종이를 꺼내서 보기도 했죠.”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의 역사특강은 학교와 달랐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재밌는 역사 이야기가 학생들의 눈과 귀를 모았다. 디지털 세대답게 스마트폰으로 메모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여러분도 공부하느라 피곤하죠? 조선시대 왕도 ‘경연’이라는 과외를 매일 해야 했어요. 왕들도 여러분만큼 피곤했을 거예요.” 강의 내내 현재와 과거의 비교가 이어진다. 아이들은 옛날 생활 모습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자신도 되돌아본다.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사진전을 통해 작가의 직관을 이해하고, 공감해보기 위해 애썼다.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사진전을 통해 작가의 직관을 이해하고, 공감해보기 위해 애썼다.

두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만드는 청소년 정서 지원 프로그램 ‘시간여행자’가 지난 8월 3일 신병주 교수의 특강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406호에서 열린 첫 수업에서는 무더위 속에서도 참여 학생과 관계자 등 70여명이 함께했다. 방학을 맞아 서울의 아름다운 성곽길을 점령해보라는 조언을 끝으로 수업을 마무리한 신병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오래됐고, 그런 현장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라는 도시”라며 “알수록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그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역사교육의 의미를 전했다.

학생들의 수업 소감도 남다르다. “학교 선생님 설명보다 더 귀에 잘 들어왔어요. 특히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하며 사진 같은 것을 곁들여주시니까 지루하지 않더라고요.”(박예은·15·상명사대부속여중3) “한양에 대한 내용은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어본 건 처음이에요. 재미있는 뒷얘기들이 있어 더 좋았어요.”(이예지·15·보성여중3)

역사특강을 마친 후에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사진전 관람을 위해서다. 어색해하며 전시장 입구로 들어선 아이들을 큐레이터가 반갑게 맞았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사진사(史)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겐 어떤 의미가 있는가’하는 점이에요. 작가와 공감하는 체험을 하기 바랍니다.”

순간 아이들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런던올림픽 아시죠? 이 사진은 1937년도 런던을 찍은 겁니다. 조지 6세가 왕위를 이어받는 날이었는데, 작가는 조지 6세를 찍지 않고 그를 바라보는 서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찍었어요. 이게 작가의 관점이고 ‘휴머니즘’입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백아현(16ㆍ덕성여고1)양은 “거장의 사진전이라고 해서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직접 보니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사진들이 일상을 담고 있어, 옛날 사람도 우리랑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사진전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이기명 유로크레인 대표는 “사진은 영상과 달라서 사색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말로 사진 교육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을 통해서 탐구하고 탐색한다는 중요한 의미도 있다”며 “어떤 대상에 카메라를 대는 것은 그 자체가 인간과 문화에 대한 탐험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여행자의 첫 수업은 신병주 교수의 역사특강. 학생들이 신 교수의 강의를 흥미롭게 경청하고 있다.
시간여행자의 첫 수업은 신병주 교수의 역사특강. 학생들이 신 교수의 강의를 흥미롭게 경청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래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팀장은 “학생 선발을 위해 교사들과 통화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관심과 의욕이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정체성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이 과거의 인물들이 역경을 극복한 과정을 배우며, 자신을 깨닫고 변화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준비 과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흥미’를 만들어 참여도를 높이는 것. 이를 위해 교과서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현장교육을 강화했다. ㈜두산 사회공헌팀 이나영 과장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이 반드시 관련된 현장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60명의 청소년들이 DSLR 카메라를 들고 첫 현장 답사에 나섰다. 이들이 나선 곳은 경복궁 후문에서 청와대 사랑채에 이르기까지 서울 효자동 일대. 지난 이론교육시간에 배운 역사 내용을 점검하고, 또 ‘아웃포커싱(주위는 뿌옇게 하고 찍고자 하는 주인공만 선명하게 보이는 촬영기법)’ 등을 이용해서 심도가 다른 사진을 찍는 촬영기법을 직접 실험해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주위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유롭게 촬영을 했다. 사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간지(44ㆍ본명 안정희) 강사는 “청소년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촬영을 해서 놀랐다”면서 “기계를 다루는 것에 익숙한 세대여서인지, 세 번째 만지는 ‘DSLR’ 카메라인데 잘 조작하고 미션도 잘 수행했다”고 첫 출사의 소감을 전했다.

수업에 참여했던 최형준(15·환일중3)군은 “휴대폰 카메라로만 사진을 찍었었는데, 좀 더 피사체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돼 신기하고 즐겁다”고 했다. 약 두 시간에 걸친 첫 번째 출사는 이날 촬영한 사진 중 자신만의 베스트 컷을 뽑으며 마무리됐다. 추려진 다섯 장의 사진은 다음 시간에 출력하여 설명과 함께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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