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착한 상품 이야기_’기부+상품’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다

브라질 ‘까사 도 제지노’ 반쪽 기부된 반쪽 상품
아르헨티나의 ‘탐스슈즈’신발 한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에 한켤레씩 기부
술·약물 등 구매 우려해 QR코드로 노숙인 돕는 영국 이색 기부도 인기

저소득층 아동을 돕는 브라질의 비영리 단체 ‘까사 도 제지노(Casa do Zezinho)’는 브라질의 주요 지역 대형마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상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야채, 과일, 고기 등이 2분의 1만 들어있는 식료품 패키지를 판매한 것이다. 반쪽의 남은 공간에는 “나머지 식료품은 저소득층의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소비자는 식료품 가격을 모두 지불하고 제품의 2분의 1만 가져가지만, 나머지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기부된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캠페인이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피해자를 돕기 위해 호주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 ‘재팬 어스퀘이크 어필(Japan Earthquake appeal)’은 초밥 전문 레스토랑과 파트너십을 맺고 ‘초밥 기부 캠페인’을 벌였다. 회전 초밥 접시 중 빈 초밥 접시를 고객이 선택하면, 그 접시에 적힌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다.

 ①영국의 자선 단체 '사이먼 온더 스트릿'의 QR코드를 이용한 노숙인 기부 캠페인. ②브라질 비영리단체 궨까사 도 제지노궩의 식료품 ½ 기부 캠페인. ③'탐스슈즈'는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 신발을 기부한다.

①영국의 자선 단체 ‘사이먼 온더 스트릿’의 QR코드를 이용한 노숙인 기부 캠페인. ②브라질 비영리단체 궨까사 도 제지노궩의 식료품 ½ 기부 캠페인. ③’탐스슈즈’는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 신발을 기부한다.

◇간편하고 쉬운 착한 상품 호응 높아

지난 5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소비자의 72.9%가 ‘착한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해외에서는 기부와 상품을 결합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착한 상품’을 통해 윤리적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히트를 친 기부 상품은 모두 ‘쉽고 부담스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착한 상품도 많다.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킨 상품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개발한 ‘탐스슈즈(TOMS Shoes)’다. 2006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마이코스키는 신발이 없어 다치고 병에 걸린 아이들을 만나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세계 인구 10억명이 흙을 통해 질병에 걸릴 위험에 처해있으며, 단순히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이에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을 변형한 탐스슈즈를 만들었다.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 신발을 기부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2006년 출범 첫해 신발 1만 켤레를 기부한 탐스슈즈는 지금까지 맨발이었던 아이 200만명에게 신발을 선물했다.

미국의 안경 제조사 ‘와비 파커(Warby Parker)’도 이와 비슷하다. 와비 파커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300달러에 달하는 안경을 95달러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소비자가 안경을 하나 살 때마다 안경 하나를 기부하는 ‘원플러스원(1+1)’ 모델을 도입했다. 와비 파커의 파트너로 선정된 비영리 단체는 저개발 국가 국민 중에서 창업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선발해 비즈니스 교육·훈련을 한 뒤, 훈련을 마친 이들에게 소비자로부터 기부받은 안경(지금까지 총 8만5000개)을 전달했다. 안경원을 창업한 이들은 현지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협력으로 저개발 국가에 제2의 ‘와비 파커’가 양성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기부·나눔 유도…’착한 상품’의 진화

판매와 기부를 결합한 ‘착한 상품’은 한 단계 진보를 거듭했다. 제품을 구매하면 자동적으로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수동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착한 아이템’을 개발한 것이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매장을 찾는 주부들의 가장 큰 관심이 자녀 문제라는 점에 착안, 새로운 공익 마케팅을 개발했다. 테스코에서 물건을 구입한 모든 고객에게 10파운드마다 쿠폰 하나를 제공하고, 고객이 직접 해당 쿠폰을 원하는 학교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객들이 기부한 쿠폰이 일정량에 달하면, 학교는 쿠폰을 테스코에 제시하고 컴퓨터를 받는 방식이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더 많은 컴퓨터를 기부받을 수 있도록 학교 교장, 교사 등과 함께 특별팀을 만들어 적극 참여했고, 캠페인이 시작된 한 해에만 무려 1000만파운드에 달하는 컴퓨터가 학교에 기부될 정도로 파급력을 자랑했다. 테스코는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공익 마케팅으로 경쟁자 세인즈베리(Sainsbury)를 밀어내고 유통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킨 ‘착한 아이템’도 많다. 미국 호텔 ‘세이지 호스피탤리티’는 8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한 고객에게 자기들이 운영하는 52개 호텔 방값을 할인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디즈니(Disney)’는 하루 동안 자원봉사를 한 고객 100만명에게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제공하는 공익 마케팅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를 장려했다. 영국의 유명 통신사 오렌지 UK는 4시간 자원봉사를 해야 자사의 콘서트 입장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어, 이동통신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이색 기부 캠페인

노숙인을 돕는 영국의 자선 단체 ‘사이먼 온더 스트릿(Simon on the Street)’은 QR코드를 이용한 색다른 야외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노숙인이 머무는 자리에 QR코드가 새겨진 커다란 상자를 비치해, 사람들이 이를 스캔하면 접속된 기부 페이지에서 노숙인을 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노숙인에게 직접 현금을 기부할 경우, 이들이 그 돈으로 술이나 약물을 구매하는 등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자연스레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공익 마케팅은 기부 문화를 성숙시킨다”면서 “국내 공익 마케팅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착하고 똑똑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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