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미래세대를 위한 안전한 에너지 고민해야

“독일 남부지방에선 아직도 버섯 재취를 하지 못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독일인들에게 잊혀가던 25년 전 체르노빌 사고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지난해 6월 말 독일에서 만난 미란다 슈로이어 베를린 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장이 한 말입니다. 당시 저는 일주일 동안 독일의 에너지 관련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배경이 주된 궁금증이었습니다. ‘도대체 독일 전력의 23%나 담당하는 원전을 폐쇄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싶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정재계·종교계·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된 ’17인 윤리위원회’에 원전 찬반 결정을 맡겼고, 공영방송에서는 11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으며, 이 같은 여론수렴 결과 ‘완전 폐쇄’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그 배경에는 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원전의 전기를 대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998년 4.8%였으나 10년 만에 3배에 가까운 17%까지 늘어났고, 2050년에는 80%까지 높이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6만원가량의 전기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독일인 다수는 ‘전기료 인상’을 선택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대 간 형평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세대가 편하게 전기를 쓰기 위해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을 후세대에 전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2주 전 찾은 일본 도쿄에선 한여름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54기의 원전 중 17기가 폐쇄됐고, 나머지도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췄습니다. 일본에선 전력부족으로 공장의 해외 이전 등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방사선 공포 때문에 원전 재개를 결사반대하는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다고 합니다.

눈을 돌려 우리 내부를 볼까요. 지난해 9월 15일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에도 우리는 전력부족 얘기만 무성할 뿐, 다른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원전을 가동하고 나면 ‘방사성폐기물’이라는 쓰레기가 나옵니다. 이 쓰레기를 묻을 장소를 찾으려고 안면도·굴업도·부안 등을 떠돌다 19년 만에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짓게 되었지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방사선 유출 위험이 큰 ‘고준위 방폐장’은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도달합니다. 어디에 묻을 수 있을까요. 독일과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원전 때문에 전기료가 싸다” “원전을 문 닫으면 전기가 부족해져 큰일 난다”는 목소리에 묻혀, 대안 에너지를 고민하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환경’입니다. ‘우리 아이를 위한 진정한 길을 뭘까’를 고민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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