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시민사회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선 재정 투명성 먼저 … ‘제 2차 시민사회단체 연찬회’

1960년대 11개에 불과했던 공익재단 수가 3만개를 넘어섰다(아름다운재단 2016 기빙코리아 연구). 한편 현장에서는 “비영리 관련 법과 제도는 이러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이다. 오늘날 크라우드펀딩은 보편적인 기부 방식으로 자리잡았지만, 기부금품법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모금에 관한 규정이 없다. 오히려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할 경우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규정은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년 제2차 시민사회단체 연찬회 현장에서도 공익법인 투명성 및 공익법인 회계기준, 공익법인 공시제도 등 비영리 섹터를 둘러싼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됐다. 국무총리실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동천이 주관한 이번 연찬회의 주제는 ‘시민사회 재정 투명성 제고와 행정 효율화 방안’. 법조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관계자 80여 명이 행사에 참석해 비영리단체의 현황을 진단하고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토론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공익법인을 규제하는 쪽으로 입법 활동이 진행된 경향이 있다”면서 “공익법인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개회사를 맡은 남평오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비영리단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민관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환영사에서 차한성 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은 “최근 비영리단체의 조세 회피, 기부금 횡령 등으로 기부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있었다”면서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년 제2차 시민사회단체 연찬회에 법조계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해 시민사회의 재정 투명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재단법인 동천

◇비영리 분야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것

1부에서는 비영리 생태계의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OECD 국가들은 비영리 경제규모를 정기적으로 추계하는데,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제대로 된 자료가 없으며 일부 연구자들이 추정 통계를 제시하는 것이 전부”라면서 “비영리 경제규모에 관한 정확하고 공식적인 자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비영리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비영리단체의 정보 공개 습관화 ▲정부의 통일된 행정 서비스 및 일원화된 비영리 지원 구조 마련 ▲비영리단체의 재정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민간 중간지원 조직의 지원자 역할 확대를 앞으로의 과제로 꼽았다.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공익법인 관련 주요 세제가 가진 문제점도 있었다. 박재형 한서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각 세법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법인세법에서 ‘수익사업’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세법마다 취득가액과 기부금가액 결정 기준이 다른 ‘현물 기부’ 항목에 대한 단서 규정 등을 신설해 실무상 혼란을 없애야 한다는 것. 그는 “정부가 공익법인에 더 많은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처음 도입된 ‘공익법인 회계기준’, 비영리단체의 독일까 득일까

2부는 올해 도입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관한 발제와 질의로 채워졌다. 변영선 삼일회계법인 비영리법인지원센터장은 “비영리 현장에서는 ‘왜 별도의 회계 기준을 만들어 일을 가중시키느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회계기준을 ‘규제’로 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는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결산자료를 공시할 때 동일한 회계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기부자에게 보다 유용한 재무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재무제표 작성 범위에 대한 정의 및 공익법인 회계기준 적용 대상, 정부보조금과 현물기부의 회계 처리 등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실무지침서를 만들고 있으며, 해당 내용은 7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덕산 한국공익법인회 대표는 “공익법인이 각종 법령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지나치게 많다”면서 “중복되는 내용을 통합하는 서식을 만들어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중복되는 항목이 많은 기부금단체 자료제출 신청, 기부금 소득 세액공제 자료제출, 기부금영수증 발급명세서, 기부자별 발급 명세서를 하나의 서식으로 통합하자는 것. 그는 “정부가 비영리 영역의 행정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영리 현장에서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회계 전문가가 없는 작은 단체들은 새 회계기준을 파악하고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공익법인들이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법제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부는 올 들어 새로 적용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관한 발표와 질의로 채워졌다. ⓒ재단법인 동천

◇한국가이드스타 공익법인 공시 자료 독점, 이대로 괜찮은가 

이날 현장에서는 한국가이드스타가 국세청 공시 자료를 독점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영리단체 재무 정보가 다양한 이해 관계자에게 공개돼야한다는 것. 지난 2013년 국세청은 공익법인 결산서류 데이터 수령법인으로 가이드스타를 단독 지정(국세청고시 제2013-5호)했고, 이후 매년 2회에 걸쳐 관련 데이터를 가이드스타에만 단독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희정 한국NPO공동회의 사무총장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으로부터 공익법인 정보를 받을 수 없어 비영리 분야 연구 과정에서 정보 취합과 자료 분석에 7개월 가량 소요됐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의 정보 공개 수준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비영리단체와 관련해 논쟁 중이거나 소송 중인 이슈가 섣불리 대중에 공개됐을 때, 단체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 유철형 법무법인 (유한)태평양 변호사는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국세청이 공익법인 결산자료(원천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기부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며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2부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前 사무총장은 “누구에게나 원천자료를 공개했을 때 자료의 해석을 둘러썬 진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공익법인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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