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사이먼 피커드 에어비스 사무국장_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해해야 10년 후 생존…일류기업은 이미 비즈니스 전략으로

[글로벌 CSR을 말한다] 엡손, 컴퓨터 기증하러 동아프리카 갔지만,
높은 온도차로 작동 안 돼 정말 필요한 건 ‘자전거’
해외 진출 글로벌 기업들 진출국의 문화 이해하는 넓은 시각 가져야

미상_사진_글로벌CSR_사이먼피커드에어비스사무국장_2012‘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하는가, 아니면 법적으로 강제해야 하는가.’

지난 13일 고려대 아시아경영센터가 주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화’ 심포지엄에서는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경영학교 교수를 비롯해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샘 리 이노CSR 대표 등 국내외 CSR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참여한 유럽의 대표적인 CSR 관련 산학 네트워크인 에어비스(EABIS·The Academy of Busi ness in Society)의 사이먼 피커드 사무국장을 만나 글로벌 기업의 CSR 트렌드를 짚어봤다.

―에어비스의 구체적인 활동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선 엔론사태(7대 기업이던 엔론사의 분식회계와 비윤리적인 로비활동이 드러난 사건)와 닷컴 버블 사태가 터졌다. 이를 계기로 15개 글로벌 기업과 유럽의 8개 경영대학장이 모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략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IBM, 존슨앤존슨, 마이크로소프트, 셸, 유니레버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현재는 40개 글로벌기업과 80개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이 참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리서치, 교육, 실행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사회공헌을 혼동하고 있다. 사회공헌을 하는 착한 기업이라고 홍보하면서도, 노사관계나 환경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관계 등 사회적 책임은 소홀한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은 CSR을 필수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나.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선도적 기업은 CSR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본다. 물이 없으면 코카콜라는 비즈니스를 아예 할 수가 없다. 물 부족은 5~10년 후 코카콜라의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다. 코카콜라가 전 세계의 물 부족 문제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유니레버는 식물성오일인 팜유에, 존슨앤존슨은 건강 이슈에 주목하는 것도 다 미래 전략차원이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보니 이들은 이 활동을 따로 CSR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두 번째 부류는 CSR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그룹이다. 기업 활동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서,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CSR을 운영하는 부류다. 한국 기업들은 이 정도 위치에 있다. 하지만 교육이나 건강, 복지 등 너무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고 그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자기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 번째 부류는 아예 CSR에 관심이 없는 층이다. 이익만 생각할 뿐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 부류다.”

―기업은 CSR에 대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쓰는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CSR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텐데….

“글로벌 기업도 CSR 행위 그 자체를 측정하지, 환경이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A라는 회사가 친환경 작업장으로 바꿔서 이산화탄소나 물자원을 얼마나 줄였는지 그것만 측정할 뿐이다. A회사가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줬다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런 게 CSR의 영향평가다.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 영향 평가를 하지 못한다.”

―EU 차원에서 이런 ‘CSR의 사회적 영향 평가(임팩 프로젝트)’를 한다는데, 어떻게 평가하는 건가.

“EU에서 300만유로(44억원가량)의 지원을 받아 16개 경영대학원과 함께 3년 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20개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 5개 산업별로 구분해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의 경쟁력, 일자리 창출,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내년 3월에 결과보고서가 나온다.”(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예민한 이슈라 아직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라 관심 있는 그룹이 상당히 많을 듯하다.

“사실 개별기업에서는 CSR의 사회적 영향평가를 하기 어렵다. 그걸 측정할 수 있는 기준도 없고, 굳이 개별기업이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 BMW의 CSR 영향평가를 한다고 치자. BMW는 자신들의 활동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숫자로만 얘기하고, NGO는 여전히 BMW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EU는 중립적인 책임이 있다. 유럽에서도 CSR을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강제적으로 하게끔 해야 하는지 논란인 상태다. 이 결과가 나오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외진출이 많아지면서 글로벌 CSR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바람직한 CSR 전략은 무엇인가.

“해당 지역사회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북미나 유럽에 있는 글로벌기업들이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 진출할 때 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갖고 왔는데, 이 문제를 반복하면 안 된다. 둘째, CSR은 단순한 자선행위가 아니다. 엡손이 동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그 지역사회에 컴퓨터를 줬는데, 온도가 50도 넘어 컴퓨터도 작동하지 않고 전기도 안 되는 곳에서 컴퓨터는 필요 없다. 그 지역사회에 물었더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전거’라고 했다. 지역사회로 좁혀서 들어간 후 그들의 정확한 니즈(needs)를 파악해야 한다.”

사이먼 피커드 사무국장은 인터뷰 말미에 “CSR이 늘 효과적이거나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HR(Human Resources·인적자원) 파트에서 CSR을 이해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10년 후 가장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 미네랄·금속 같은 원자재 부족, 석유위기 등이다. 이걸 모르고 엔지니어의 좁은 시야에서 기술개발을 해봐야, 10년 후에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의 경고는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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