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봉사시간 선진국 3분의2 수준… 희망자 많지만 일회성으로 끝나

한국 자원봉사의 실태
자원봉사 참여율 21.4 2005년 이후로 계속 정체선진국은 40%로 높아
자원봉사의 정체 이유 봉사자 욕구 반영 못하고 서비스에만 치중돼 있어
봉사활동은 이타적 활동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민교육 역할 모델로 발전해야 할 때
싱가포르의 경우 모든 NPO가 분기별 미팅봉사 성공사례 공유 등 체계적 시스템 갖춰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은 최근 서울 남한산성에서 나무심기를 위한 ‘다솜이 가족자원봉사’를 모집했다. 15가족 모집에 지원한 가족만 136가족.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엔 분기마다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엔 매달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 진행된 1박2일 철새 모이 주기 봉사는 가장 인기있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송헌석 사업팀 과장은 “독거노인을 돌보는 자원봉사의 경우 가족이 함께하기 어렵고 힘들어서인지 참가자 수가 적은 데 반해, 환경 관련 자원봉사엔 지원이 몰린다”고 했다.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은 4년째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송 과장은 “자원봉사가 어렵지 않고 가족끼리 즐겁게 참여하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목표”라며 “기존 사회복지기관만이 아닌, 환경이나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자원봉사거리를 만들기 위한 사례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안 자원봉사 5년, 100만명은 어디로?

우리나라 국민 100만명이 자원봉사를 한 충남 태안군 기름유출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5년이 됐다. 기름띠를 없애는 데 반세기가 걸릴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시커멓고 역한 기름내로 가득하던 태안은 어느새 70만명이 찾는 갯내음 나는 해변으로 되살아났다. 그럼 과연 대도시 직장동료부터 시골 부녀회까지, 초·중·고등학생들부터 고사리손 아이까지 함께한 가족들까지 그 많던 자원봉사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자원봉사문화의 전국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1.4%로 2005년(20.5%)에 이어 7년째 정체를 보이고 있다. 40%에 달하는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활동시간은 1.92시간으로 선진국(주 평균 3시간)의 3분의 2 수준이다. 봉사활동 내용 또한 일손돕기 및 대인서비스를 1순위와 2순위로 응답한 비율이 53.7%로 드러나 단순서비스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요처에서 봉사자 욕구를 반영 못 해”

한국자원봉사문화 정희선 사무총장은 자원봉사자의 정체 현상에 대한 이유를 ▲수요처에서 봉사자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인프라가 정부 중심적이며 ▲자원봉사가 지역사회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에 치중돼있으며 ▲개인단위로만 이뤄질 뿐, 팀 단위 프로그램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사무총장은 “자원봉사를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들이 봉사할 곳이 없다”며 “예전에는 40~50대 주부들이 봉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속성’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바쁜 직장인들이 참여해서 봉사를 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① '손쉽게 손잡고 만드는 변화', 나눔 문화확산을 위한 핸즈온 코리아의 활동이 기대된다. ②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2012 핸즈온 아시아 자원봉사 콘퍼런스가 지난 3월 15일부터 2박 3일간 개최됐다. ③ 지난 3월 17일, '핸즈온 아시아 액션데이'에 참가한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할머니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① ‘손쉽게 손잡고 만드는 변화’, 나눔 문화확산을 위한 핸즈온 코리아의 활동이 기대된다. ②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2012 핸즈온 아시아 자원봉사 콘퍼런스가 지난 3월 15일부터 2박 3일간 개최됐다. ③ 지난 3월 17일, ‘핸즈온 아시아 액션데이’에 참가한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할머니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다양한 해외자원봉사 사례들

지난 15~17일 ‘2012 핸즈온 아시아 자원봉사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자원봉사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공유했다. 핸즈온 상하이엔 140개 프로그램이 있다. 핸즈온 상하이 스프링 수 국장은 “청소년이 노인복지시설에 가서 노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노인의 삶을 담은 연극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그 외 ‘스타’가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아동병원 놀이방을 찾아 멘토를 해주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인도의 아이볼런티어(iVolunteer) 마드후커 발완트쿠마 북부지역대표는 “경험이 많은 시니어 고위경영층 8~10명이 모여 팀을 구성한 후 NGO들을 초청해 그들의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화이트 보드’ 프로그램이 매우 인기있다”며 “기업의 안식년 동안 2개월 정도 인도 시골지역에 거주하면서 해당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돕는 ‘안식년 프로그램’도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2000년 9.3%이던 자원봉사 참여율이 2010년 25%까지 높아졌다. 댄 커 싱가포르 전국자원봉사 및 자선센터 매니저는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한때 수요보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몰린 경우도 있었다”며 “이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식변화와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요리, 악기 등을 잘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면, 이 자산을 활용해 ‘수요처의 니즈’에 맞게 접목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댄 커 매니저는 “모든 NPO가 분기별 미팅을 하고, 페이스북에 연동돼 아이디어와 성공사례를 공유한다”며 “자원봉사자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핸즈온 마닐라의 대표 프로그램은 ‘서버톤(servathon·서비스+마라톤)이다. 수천명의 기업 임직원들이 하루 반나절 봉사에 참여하는 봉사 마라톤이다. 시민사회 그룹이 공동으로 손을 잡고 30~4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공립학교 식물 심기, 노인을 위한 건축, 교실 내 페인팅 등 다양하다. 참여자들은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오전 11시에 프로그램을 끝낸다.

한국자원봉사문화 권순남 공동대표는 “이제 자원봉사는 단순한 이타적 활동을 넘어서 하나의 시민교육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자원봉사 활성화야말로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고, 시민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란희 편집장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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