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전문가·정부 중심 아닌 ‘청소년 중심’… 경쟁보다 문화예술 교육 강화한 ‘행복 학교’로

청소년 문제 대처 방안… 현장 전문가에게 듣는다
학교문제 함께 해결하는 철저한 협업시스템으로 교사문화 조성돼야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학교폭력으로 이어져… 못사는 나라 여행 후 행복의 소중함 느끼기도

학교폭력과 청소년 문제가 촉발된 계기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다. 하지만 학교폭력과 왕따, 우울증과 자살 등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 가해학생 처벌과 피해학생 보상 등을 주로 한 ‘불관용(Zero-tolerance)’ 원칙을 내놓았다. 하지만 ‘더나은미래’가 세미나와 심포지엄, 인터뷰 등을 통해 만난 현장 전문가들은 “청소년 문제는 학교와 가정, 지역공동체 등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척도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대증요법’적인 처방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들꽃청소년세상 김현수 공동대표=”18년간 위기 청소년을 돌봐오면서 청소년 문제의 해결은 청소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청소년은 늘 대상화되고, 전문가나 정부 중심으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아이들을 대상화시켜 놓고 뭔가를 진행하면 쉽다. 아이들과 함께 기획·연구하고 프로그램을 시도하려면 수십 배의 노력이 든다. 청소년 문제 진단과 조사활동, 정책개발 등에서 청소년이 중심이 되고 전문가가 이를 돕는 형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서울시 하자센터 박형주 교육사업단 팀장=”교사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의 문제를 함께 머리 맞대고 풀어내려는 협업시스템이 필요하다. 철저히 분업시스템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넌 뭘 맡아’ 식으로 역할배정을 통해 개인별로 진행된다.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기획하고 협업하는 에너지가 없다. 학생들 또한 은연중에 이런 에너지가 학습된다.”

▲부산 금성초등학교 최윤철 교사=”2009년 폐교가 계획된 학교였는데, 전교생 120명으로 늘었다. 왜 그랬을까. 부모들한테 이렇게 묻는다. ‘아이들, 학교 왜 보내세요?’하고. 과거엔 학교를 졸업하면 좋은 직장과 행복한 삶을 어느 정도 보장받았는데, 요즘도 과연 그럴까.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숲 속에도 들어가 보고, 경쟁을 배제하는 문화예술 교육을 강화하고, 1·2교시 후 30분 쉬는 시간을 확보한다. 학예회 때는 전교생과 주변 식당까지 주민 500명이 참여해 잔치를 벌인다. 공교육이 점점 다양해져야 한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김효진(장안대 연기영상과 12학번)=”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집에서 엄마에게 받은 무수한 폭력을 피해자한테 고스란히 드러냈다. 들꽃청소년세상에 들어와 8박9일 동안 네팔 도보여행을 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못사는 나라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봤다. 물도 맘대로 쓰고, 밥도 있고, 따뜻하게 잘 곳도 있는데, 불평불만과 폭력에 노출된 우리가 더 불쌍하다고 느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했다.”(2012 문화예술교육포럼, ‘문화예술교육, 창조적 에너지로 학교폭력을 넘다’의 발표 중에서)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요즘 중학생들 사이에 가장 심한 욕이 ‘야! 너 존재감 없거든’이란다. 어른이나 아이나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는 걸 가장 힘들어한다. 이는 극단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자극추구, 소비문화로 나타난다. ‘공감의 뿌리’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이 엄청 줄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동그랗게 모여 앉은 아이들 가운데 어린아기를 눕히고, 그 아기의 움직임을 서로 지켜보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덴마크에선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사람이 책이 되고, 사람을 대출해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편견을 제거하고, 서로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탐험하는 기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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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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