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오지마을 ‘필리핀 카파스’ 의료봉사 현장 “도움 받던 제가 이제 마을 주민 간호해요”

NGO 굿피플, 2009년 필리핀 카파스에 병원 설립… 지속적 보건교육으로 현지 인력 키워내
원주민 루샤, 장학금 받아 보건대 간호학과 재학 중
“2013년 졸업하면 보건소에서 주민 돌볼 것”

“지이잉~철컥.”

마을 입구에서 생소한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흙더미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순식간에 3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문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이따족 청년 한 명이 입을 크게 벌린 채, 충치 치료를 받고 있었다.

굿피플 ‘사랑의 의료봉사’팀 김영면 원장이 아이따족의 치아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현장이다.

“처음엔 아무도 진료실 안으로 들어오질 않았어요. 충치 때문에 이빨이 시리고,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있는데도 말이죠. 치위생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치과 치료가 필요한지도 몰랐던 겁니다.”

충치 치료를 받는 모습이 신기한 듯, 아이따족 아이들이 문 앞으로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충치 치료를 받는 모습이 신기한 듯, 아이따족 아이들이 문 앞으로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지난 2월 27일, 국제개발 NGO 굿피플(Good People)은 필리핀 마니바악 마을에서 진료실을 열었다. 내과, 치과, 산부인과 의사 4명, 약사 1명, 간호사 1명 등 총 6명의 의료팀이 꾸려졌다.

문명과 떨어진 깊은 산속, 아이따족은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온몸이 물집으로 욱신거리고, 상처가 나도 치료를 받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굿피플은 필리핀 카파스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지난 2009년 카파스병원 문을 열었다. 이 지역 최초의 시립병원이었다. 아이따족은 이곳에서 평생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접근성이 문제였다. 탈수 증세로 쓰러진 아이를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세 시간 넘게 걸렸다. 병원에 도착해도, 사망하는 이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굿피플 김이규 부회장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따족에 필요한 건 ‘치료’보다 ‘예방’이었다”면서 “그때부터 아이따족이 사는 마을에 보건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카파스시 산타훌리아나 필리안 마을, 딸루칸 마을에 각각 1개의 보건소가 건립됐다. 굿피플의 기초 보건교육을 수료한 현지 간호사 두 명이 보건소에 상주하며 아이따족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보건소가 생긴 이후로 임신부들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됐어요. 화산재로 인한 폐질환과 피부병도 이젠 치료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굿피플 보건의료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아이따족 내부의 의료 인력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로 원주민 루샤(22)는 굿피플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보건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2013년 졸업과 동시에, 루샤는 마니바악 마을에 건립될 보건소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 돌볼 계획이다. 굿피플 해외사업운영팀 이지영 본부장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보건소 건립과 인력양성이 체계화되면, 지속가능한 예방진료가 확립될 것입니다. 아이따족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는 날까지 응원하며 지켜봐 주세요.”

카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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