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양육과 훈육 사이, 부모도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모 고민 150가지 받아보니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 불안할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부부 가구의 맞벌이 비율 45%. 이들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이 아이 양육을 조부모에게 맡긴다. 한 부모 가정의 비율도 전체 10명 중 1명꼴로 늘었다. 부모의 유형과 가정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부모’라는 명제는 통하지 않게 됐다. 부모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다. 부모 교육은 작게는 ‘아이와의 대화법’부터 자녀의 연령과 발달 과정에 맞게 아이를 대하는 법, 아이의 행동을 통해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까지 배워가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굿네이버스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과 궁금증 150여 가지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취합,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아동 복지 NGO 굿네이버스는 부모 역할을 지원함으로써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부모 상담과 부모 교육 등 다양한 가족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양육 지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굿네이버스

 

 

◇”우리 아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부모들의 육아 고민

 

“‘부모가 할 수 있는 일’과 ‘부모라서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아이가 가족과 친척, 선생님 등 다양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함께 길러지는 아이’로 크도록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세요.”(김선희 교수)

부모들의 양육 고민은 대체로 보건, 심리 정서, 교육 및 학교 생활, 아동 학대, 부모교육 전반 등 5개 영역 안에서 나왔다. 그중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분야는 심리 정서 분야였다. “아이가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 지르고 떼를 써서 받아주기 버겁다” “매일 어린이집 가기를 거부하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등 ‘거절’하는 아이를 규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뤘다. 김선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모가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를 인식하고, 아이를 만족하게 할 다른 방법, 이왕이면 타인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건강 및 성장과 관련된 고민도 깊었다. 수면 습관, 식습관 등 기초적인 생활 습관부터 성조숙증(2차 성징이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것), 성장 호르몬 이상 등의 발달상 문제까지 폭넓은 질문이 들어왔다. 특히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거나 ‘햄버거, 라면 등 고칼로리의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해’ 앞으로의 성장에 해가 될까 우려하는 부모가 많았다. 보건 분야 전문가인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하루에 필요한 적정 영양소와 양을 적정히 배분해 골고루 먹는 건강한 식사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이 다 함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김선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 김길수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최영순 광주교대 광주부설초등학교 교장,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혜경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사업운영팀 팀장 ⓒ굿네이버스

 

◇올바른 교육과 훈육도 걱정…아이가 원하는 것 잊지 말아야

 

“아이에게 부모님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없습니다. 꾸준히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조기 교육입니다.”(최영순 교장)

조기 교육 및 사교육이 ‘필수’가 돼버린 시대, 학령기를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교육 및 학교생활’에 대한 것이었다. 실제로 교육NGO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83.6%),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35.5%)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 부모들은 “조기 교육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한다는 것이 사실이냐”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없는데 공부를 하라고 종용해야 하느냐”고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최영순 광주교대 광주부설초등학교 교장은 “사교육은 단기간 성과가 있어 보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지속적인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탐구심, 창의성 등 역량을 기르는 데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스스로 책을 즐겨 읽는 독서 습관과 폭넓은 체험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어느 정도 머리가 자란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궁금증도 많았다. “훈육이라고 하는 행동이 아이에게 학대로 느껴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거나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사랑의 매’를 든다”는 부모도 있었다.

김길수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실제 아동 학대 가해자의 80%가 ‘부모’이고, 이들의 가장 큰 특성은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이었다”며 “부모의 잘못된 훈육 방법이 아이를 망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학대를 한 부모들도 처음에는 작은 체벌로 시작했다가 이것이 습관이 돼 아동 학대로 변질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양육 고민 상담하고 배워가는 ‘부모 교육’

 

하루에도 수십 가지씩 생겨나는 부모들의 양육 고민을 수시로 상담하고 해결해줄 곳은 없을까. 이혜경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사업운영팀장은 “전국 20곳의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를 방문해보길 권한다”며 “센터의 심리 치유 전문가가 양육 태도 검사, 부모 양육 스트레스, 양육 기술 등을 일대일로 상담해준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가정 유형을 위한 맞춤형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부모 혼자 참석이 힘들거나 낮 시간 참석이 힘든 경우엔 퇴근 시간대에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굿네이버스의 ‘엄마를 부탁해’ 프로그램은 한 부모, 다문화 가정 등 좀 더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대상으로 부모 코칭, 양육 스트레스 관리 등 상담도 제공한다. 이 팀장은 “부모-자녀 관계 및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가정은 가족 캠프와 가족 문화 체험, 아동 상담 및 멘토링 등 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지난 6월부터 EBS 육아학교와 진행 중인 부모 토크 콘서트 ‘맘터’에 참석하는 것도 직접 전문 강사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 양육에 대한 전문가 Q&A ① 보건, 심리 정서 영역

☞자녀 양육에 대한 전문가 Q&A ② 교육 및 학교생활, 아동 학대 영역

☞자녀 양육에 대한 전문가 Q&A ③ 부모 교육 전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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