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기부 그 후] 행복한 바람아 불어다오!!

도심 변두리에 숨어 있는 ‘쪽방을 아시나요한 평 남짓사람 하나 겨우 살 정도로 좁은 쪽방은 달동네 어르신들이 홀로 사는 생활공간입니다집이 아니라 방이라 불러야 할 만큼부엌과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많은 독거 어르신들이 쪽방 외에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고지대 반지하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대부분은 가족과 연이 닿지 않아 홀로 살아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입니다수급비로 20만원 하는 쪽방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식비와 생필품비가 겨우 남을 정도입니다.

서울 한 쪽방촌의 풍경 ⓒflickr

올 여름은 너무 빨리 왔어. 선풍기도 장만하지 못했는데….

독거 어르신들에게 가장 힘든 계절은 ‘여름입니다여름이면 창문도 없는 작은 방은 ‘찜질방이 됩니다낡은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만 내뿜습니다낮에는 더위를 피해 그늘로은행 건물로 몸을 숨긴다 해도무더운 열대야는 꼼짝없이 버텨야만 합니다. 2~3만원 하는 선풍기를 살 여력이 없는 어르신들은 선풍기가 고장 나거나 누군가가 훔쳐가도 별수 없이 여름을 나기도 합니다.

ⓒ우리모두재가노인지원센터

수도 서울에도 이런 집들이 있습니다특히 종로구 창신숭인동대문청운효자동 등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집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전국 1호 재가노인지원센터인 ‘우리모두재가노인지원센터‘는 종로구 일대 독거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밑반찬생필품부터 의료비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센터는 동네를 직접 돌며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했습니다무더웠던 작년 여름수많은 어르신들이 “선풍기라 답했습니다.  

“아주 산 속에 사는 80대 할머니도 계셨어요. 워낙 산이다 보니 할머니가 수급자이신데도 사회복지기관, 구청 등의 발길이 잘 닿지 않고 있었죠. 댁에 가보니 햇빛을 직선으로 받고 있었고, 선풍기는 진작 망가져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완전히 낡아버려 기능을 상실한 한 어르신의 선풍기 ⓒ우리모두재가노인지원센터

지난 6센터는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선풍기를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40명 기부자분들의 따뜻한 손길로 508600원이 모였습니다. 20명 독거어르신들께 선풍기를 제공할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센터 직원들은 선풍기의 배달부터 조립까지 손수 맡아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새 선풍기를 전달했습니다올해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올해 연 모금함에서는 90만 원이 모여 총 31대의 스탠드형 선풍기를 마련했습니다

30도가 넘어 폭염 특보가 발령된 날센터는 모금이 성공되자마자 후원금으로 구입한 31대의 선풍기를 전달했습니다선풍기를 전달하는 와중에도 더운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히던 날…. 예상치 못한 선풍기 선물에 어르신들은 직원들의 손을 꼭 잡고 “너무 고생한다”, “고맙다며 토닥여주셨습니다찾아갈 때마다 무뚝뚝하던 할머니도 그날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귀한 후원의 손길 덕분입니다

직원들이 직접 어르신 댁마다 새 선풍기를 배달하고 직접 조립해드렸습니다. ⓒ우리모두재가노인지원센터

우리모두재가노인지원센터는 앞으로도 꾸준히 독거 어르신들을 지원해갈 계획입니다식료품필수품을 비롯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선풍기쿨매트 등 냉방용품도 제공할 예정입니다내년에도내후년에도 쪽방촌에 시원한 바람이 불 수 있도록 계속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세요.  

선풍기를 받고 기뻐하시는 할머니 ⓒ우리모두재가노인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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