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전직원이 심폐소생술 강사인 회사…CSR 성공 비결은?

한국다이이찌산쿄 사회공헌 현장 

 

한국다이이찌산쿄 임직원들이 초등학생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모습. ⓒ한국다이이찌산쿄

가슴뼈 아래 부위를 손바닥으로 누르세요.”

아이들은 조심스레 마네킹 위에 손을 올렸다. 화면 속 자료 영상을 유심히 보더니, 끽지 낀 손에 힘을 준다. 그리곤 하나, , , 넷 구호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팔꿈치를 직각으로 곧게 펴야 몸에 힘이 실려요. 다시 해볼래요?” 강사가 자세를 고쳐주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100까지 숫자를 셀 무렵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내 차례야, 이제 쉬어.” 옆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던 아이가 자세를 고치더니, 이내 팔을 걷어붙인다. 교대로 손을 바꿔가며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난 714, 서울 북가좌초등학교와 안평초등학교 강당에선 심폐소생술 교육이 한창이었다. 5학년 전교생은 3명씩 팀을 이뤄 파란색 매트 위에 빙 둘러앉았다. 주변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응급 상황을 가정하고, 단계별 대처법을 배우는 시간. 아이들은 무대 위 화면에 나오는 영상과 응급의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라 실습용 마네킹을 흔들어 깨우고 누르며 심폐소생술을 익혔다. 각 팀엔 심폐소생술 전문 강사가 1명씩 배치돼 아이들의 잘못된 위치와 자세를 교정해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생 561명이 교대로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이민형(가명·11)군은 “위치를 조금만 잘못 잡아도 응급처치가 안 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강사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가르쳐주신 덕분에 안심하고 배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 강사인 회사

한국다이이찌산쿄가 초등학교 강당에서 ‘진심캠페인’을 하는 모습. ⓒ한국다이이찌산쿄

이날 5시간 내내 아이들 옆에서 응급 처치를 가르친 강사는 총 120. 모두 글로벌 제약기업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임직원이다. 환자와 고객을 위한 사회공헌을 고민하던 직원들은 심폐소생술 강사 자격증 취득에 전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료 현장을 다니며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게 시급하다는 사실을 접했기 때문.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급성 심정지 발생 규모는 2006 39.3명에서 2015 44.2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3.1%, 미국 애리조나(39.9%)·일본 오사카(36%)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심정지로 쓰러질 경우골든타임 4. 뇌 속의 혈액과 산소가 소진되기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심각한 뇌 손상을 유발하는 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한다. 실제 심정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가정내(52.3%)인 만큼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이 절실한 상황. 임지선 한국다이이찌산쿄 경영추진팀 과장은 “순환기 전문 제약회사에 다니는 직원으로서 관련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그 지식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하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면서 “2015 1월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전사 차원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설계해, 그해 10월부터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문 강사가 되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심폐소생술 기본 교육(3시간), 강사 심화교육(1.5) 과정 이수, 필기 및 실기시험 합격까지 3단계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게다가 다른 강사의 교육 현장을 직접 참관해야만 자격증이 나오는데, 대부분 주말에 교육이 열렸다. 임 과장은 “20문제 중 18문제 이상 맞춰야만 합격이라 직원들 모두 소책자를 들고 다니며 공부했다면서 “직원들의 열의에 회사에서도 강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시간을 평일 근무로 인정하고, 주말 참관 교육의 경우 평일 대체휴가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1인당 최소 18시간을 투자, 한국다이이찌산쿄는 2016 6월 제약업계 최초로 전 직원 100여명이 심폐소생술 강사 자격증 취득을 완료했다. 이렇게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에 투입한 시간만 총 2000여 시간에 달한다. 매년 신규 입사자들이 들어오면 동일한 방식으로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진행한다. 임 과장은 “기존 노력봉사와 달리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회사 비전·비즈니스·사회공헌 모델의 결합, ‘진심캠페인’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 ⓒ한국다이이찌산쿄

심폐소생술 전문 강사가 된 직원들은 학교에 방문해 교육을 시작했다. 2013년 개정된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에 보건교사가 배치된 비율은 63.3%에 불과하고, 심폐소생술 실습용 마네킹을 보유한 학교도 평균 59.4%에 불과하다. 이에 한국다이이찌산쿄 직원들은 매년 초등학교 5,6학년생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기초과정을 교육하는진심캠페인을 시작했다.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고가의 심폐소생술 실습용 마네킹도 120개 구입했다. 이렇게 2년간 교육받은 학생만 1088명에 달한다.

전 직원이 사회공헌에 적극 참여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날 북가좌초등학교 강당 맨 앞줄에서 아이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던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는 회사의 비전, 비즈니스 모델, 사회공헌을 일치시킨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2년 김 대표는 한국다이이찌산쿄 직원들이 주인이 돼 스스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비전과 조직문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전 수립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수차례 미팅과 12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개척 분야이던 순환기 영역의 전문 제약기업이 되자는 미션과 함께너와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회사(제약업계·고객·직원·사회의 심장을 뛰게하자)’라는 2020 비전이 완성됐다. 미션과 비전 문구 역시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 중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김 대표는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을 직원들이 직접 만들다보니 사회공헌도 자연스레 그와 연결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면서 “자신의 전문성도 높이고, 사회공헌도 하고,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니 지속적으로 발전적인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공헌의 효과는 기업 내외부로 확산되고 있다. 순환기전문의나 병원에서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딴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전문성과 열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 ‘평소 꼭 다니고 싶은 회사라며 취업 의사를 밝히는 청년들도 늘었다. 황의동 한국다이이찌산쿄 영업기획팀 차장은 “강사 자격증을 따고 얼마 뒤 아이 목에 사탕이 걸려 숨을 못 쉬는 응급상황이 있었는데, 배운 대로 빠르게 처치를 한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면서 “자격증을 유지하려면 2년간 4회 이상 일반인 대상 강의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이렇게 1년에 최소 2회 학교에서 교육할 기회를 만드는 등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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