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나눔강연만 1000번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나눔이다”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저자 전성실 인터뷰

 

지난 3월 서적 발간 기념으로 독자들을 만난 전성실 대표. ⓒ나눔연구소

많은 분이 ‘나눔’이 돈이든 재능이든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줄 수 있으니까’, ‘저 사람 불쌍하니까’ 동정하며 나누게 돼요. 그런데 주는 것만 아니라 ‘받는 것’도 나눔입니다.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나눔이라니…. 상식을 깨는 나눔 교육을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전성실(47) 나눔연구소 대표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엄마가 주는 것을 받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한다”며 “엄마의 노력이 고마워서 받기 싫은 걸 받아주는 아이 역시 나눔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받는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행위이며, 결국 받는 것도,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나눔이 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올해 나눔 강연 1000회를 넘겼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05년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연수를 통해 나눔을 접한지 10여 년 만이다. 2014년엔 아예 사직서를 내고 나눔연구소까지 차렸다. 쏟아지는 강의 요청에 하루에만 3곳 이상 학교와 복지센터를 오간다. 최근에는 수년간 강연 내용을 모아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는 책도 냈다.

전 대표는 지금의 나눔이 상대의 욕구에 공감하기보다 오로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단절의 나눔’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분야에서 10, 20년씩 계셨던 분들도 늘 ‘뭘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수혜자가 ‘뭘 받고자 하는가’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해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존재 인정, 공감의 욕구 등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못한 것이죠. 이렇게 받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엔 평생 받으려고만 하게 되고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져요. 이런 접근으로는 어린아이와 일하지 않는 사람이 60%가 넘는 2030년이 오면 나라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는 현재의 청소년 자원 봉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전 대표는 “대부분의 아이가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한 의무적 단기 봉사를 하다 보니, 동정심에 그치는 봉사를 한다”며 “이들이 어른이 되면 상대가 불쌍하지 않거나, 내가 줄 게 없으면 나누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서로 주고받는 나눔을 위해 ‘나눔의 일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같은 걸 배우는 공교육하에서는 오로지 나보다 많이 배운 사람에게만 배울 수 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나는 나눌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시스템이죠. 만일 나와 다른 것을 배우는 사람이 많아지면 ‘서로 배움’이 가능해질 겁니다. 결국 ‘평생교육’, ‘마을교육’ 등으로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는 특히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나눔의 단위를 마을로 확장해 마을 안에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경험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메이커스(makers)’ 운동처럼 청년들이 마을에서 창업하고 마을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시도들이 필요해요. 의정부 ‘꿈이룸배움터’ 같은 사례에서 보듯, 청년들이 마을에서 창업 교육을 받고 또 그 아래 세대를 가르치면 언젠가는 대학 갈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죠. 요즈음 일부 마을과 지자체에서 자체적 시도들이 늘어가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이를 위해 전 대표는 ‘공감’과 ‘관계 맺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나 자신에게 먼저 나눠보세요. 그로부터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점점 마을이든 협동조합이든 관계성이 회복된다면 언젠가는 나눔이 필요 없게 되겠죠?”

 

전성실 대표의 5년간의 나눔강연을 담은 책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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