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기업 사회공헌 기획안 첫 줄에 ‘일자리’ 등장한 까닭

[미래 Talk] 

 

ⓒ픽사베이

최근 10대 그룹의 기업 사회공헌팀, CSR(지속가능경영)팀엔 긴급 회의가 자주 열립니다. 안건은 일자리’. 사회공헌·CSR과 일자리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함입니다. 10대 그룹의 지속가능경영(CSR)담당 임원은 모든 부서에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전략을 짜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사회공헌·CSR팀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회사 내외부 네트워크를 동원해 사회공헌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를 향한 강력한 의지가, 기업의 사회공헌과 CSR 전반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 10대 그룹·30대 그룹 등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각 기업별로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 21일 일자리위원회의 첫 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을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며 재계를 재차 독려했습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편의점 체인인 이마트 계열의 위드미’, LG유플러스, IBK기업은행, 씨티은행 등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전환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려던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 대표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중소 협력 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공정행위라며 공정위 신고를 당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하다”, “당장 정규직으로 바꾸려면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다는 우려와 고민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일자리숫자를 맞추려기보다는 좋은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할 때라며 이럴 때일수록 기업에서 상생·인권·투명성·윤리경영 등을 전담해온 CSR팀이 질 높은 일자리를 위한 전략을 재검토하고, 취약계층과의 접근성이 높은 사회공헌팀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기획안 첫 줄에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G기업 사회공헌 7년차 담당자는 기존에 진행해온 사회공헌에 소외계층의 자립, 청년 취업 등 일자리 연계형 키워드를 더해 기획안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돈 쓰는 부서라는 인식 때문에 사내 입지가 좁았던 사회공헌부서에 최근 관심이 쏠리기도 합니다. A 사의 사회공헌팀장은 당장 타부서에선 일자리 연계형 사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우리 부서가 5년 넘게 사회적기업과 청년 소셜벤처를 양성해온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각광받고 있다과거엔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젠 주요 전략으로 급부상 중이다고 귀띔했습니다. K CSR팀장도 이미 취약계층에게 역량 개발 교육을 진행하고 일자리를 연계하는 사회공헌을 진행해온 터라 정부 정책 기조가 오히려 반가운 상황이라고 덧붙입니다.

대다수 기업이 사회공헌과 일자리의 연결고리를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양성으로 잡고 있단 점도 주목해볼 대목입니다. M사는 금융 및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선발 오디션을 기획하고 있고, K사는 소셜벤처를 선발해 2달간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해외 탐방을 보내는 50억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일자리와 사회공헌의 결합이 어떤 모델로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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