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태국 왕실이 사회적기업을 만든 이유는? 디스파나따 디스컬(Dispanadda diskul) 매팔루앙 부사장 인터뷰

태국의 도이퉁(Doi-Tung) 지역은 라오스와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양귀비 재배지인 골든 트라이앵글 내에 위치해있다. 이곳은 농사를 짓기 척박한 환경 탓에, 지역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양귀비 재배를 해왔다. 마약으로 인한 중독, 범죄, 가난 등의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태국 왕실에서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서는 최상품의 커피, 직물, 수공예품, 가구, 여행 상품 등을 개발하며 고용과 임금을 증대시켰고 지역 경제의 재건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이케아(IKEA)에 납품 계약까지 이뤄냈다. 1987년 설립된 태국 왕실 사회적기업 매팔루앙(Mae Fh Luang Foundation Under Royal Patronage) 이야기다.

지난 23일,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SELF) 참석차 방한한 매팔루앙 재단의 디스파나따 디스컬(Dispanadda diskul·사진) 부사장을 만났다. 태국 왕실이 사회적기업을 만든 이유는 무엇이며, 태국 정부는 어떤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디스파나따 디스컬 부사장에게 태국 사회적기업의 사례와 현황을 물었다.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있는 디스파나따 디스컬(Dispanadda diskul) 매팔루앙 재단 부사장.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매팔루앙 재단의 CDO(Chief Development Officer)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인데,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학교를 졸업하고, 태국의 투자은행(CPB Equity Company Limited)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12년 전, 아버지(Mom rajawongse disnadda diskul)가 매팔루앙 재단에 합류하기를 권하셨다. 매팔루앙 재단은 태국 국왕의 어머니인 스리나가린드라 여사가 아편 생산으로 황폐해진 도이퉁 지역을 살리기 위해 설립한 곳인데, 아버지가 국왕 모친의 비서 실장이었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10여년 전에 재단에 합류했다. 지금은 농촌 개발 프로그램을 비롯해 빈곤층의 삶을 개발하는 모든 일을 총괄하고 있다.”

—태국 지역에서 CDO란 개념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인가. 

“아니다. 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일하지 않을까? 삶의 질을 개선하는 ‘개발’이라는 개념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직함이다. 기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팔아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선이 아닌 사회적기업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들의 목표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어야했다. 지속가능한 삶(sustainable living)을 위해서는 비즈니스가 필요했다. 좋은 수입원이 생기면, 미래를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소득이 생기면, 양질의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환경 보존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매팔루앙이 펼치는 개발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사실 우리가 하는 방식이 사회적기업인지는 한참 후에 알게 됐다.”

—도이퉁 지역에서 가장 비즈니스가 잘 되는 것은 무엇인가. 

“현재 농업, 수공예, 음식, 카페, 관광 등 5가지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1700명이 일하고 있으며, 연간 1800만달러(한화 약 20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음식과 수공예가 잘 운영되는 편인데, 매출의 60% 가량 차지한다.”

—최근에 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분야는 어떤 곳인가,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을 소개해달라. 

“에코 투어리즘이 대세인 것 같다. 환경이나 생태 분야와 여행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여행가서 호텔에만 지내거나, 박물관에 가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나. 무엇인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체험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다. 이와 함께 관련된 사회적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태국의 로컬얼라이크(Local Alike)는 태국 여행자들이 지역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가이드로 나선다. 부킹닷컴에서 열었던 스타트업 대회에서 30만 유로 상금도 받았다.”

태국의 사회적기업 로컬얼라이크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이미지를 누르시면 웹사이트로 이동합니다. ⓒlocal alike

—태국도 사회적기업촉진법률(SE promotion Act)을 제정해 사회적기업 지원을 강화한다고 들었다. 

“2015년부터 법안을 준비해왔다. 정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민간이 공공성을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입법 필요성이 생겼다. 또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삭제된 상황이라 재협상이 필요하다.”

—(만약 재협상을 완료된 법안이 통과된다면) 태국 정부에서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은 어떤 조건이 필요하며, 혜택은 무엇이 있나.  

“5가지 조건이 있다.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매출의 50% 이상이 비즈니스를 통해 만들어져야한다. 기부금이 과반수를 넘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3번째는 공정무역 등 친환경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4번째는 이익의 50% 이상을 기업에 재투자해야하고, 마지막으로는 30% 이상 배당이 금지되는 등 좋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혜택이 포함된) 법안에 의하면 세금 혜택(tax benefit)이 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사람이나 기관도 면세 혜택이 있고, 사회적기업의 물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세제 혜택을 받는다. 공공구매에서도 우선적으로 조달 자격을 가지게 된다.”

—태국에서는 사회적기업으로 인한 임팩트를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가. 

“아주 쉽다. 1달러가 사용될 때마다 환경이 얼마나 이익을 보는지 측정하면 된다. 지역 주민이 얼마나 소득을 창출해냈는지는 직접적인 임팩트다. 하지만, 숲을 만들어서 탄소배출량을 줄인 것은 간접적인 혜택이다. 매팔루앙 재단에서는 표준화된 측정방법을 가지고 있다.” 

태국의 왕실 사회적기업인 매팔루앙 재단 홈페이지. 이미지를 누르시면 웹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매팔루앙 재단

—교육 격차 해소, 지역 사회 소통 역량 증대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변화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한단 말인가. 

“먼저 사전 평가부터 한다. 우리는 직접 사업을 펼치는 가구를 방문해 구체적인 항목을 갖고 조사를 진행한다. 이게 기준치가 된다. 자원봉사자들이 조사원으로 일하는데, 태블릿 PC를 활용해 사진도 찍고, 메모를 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연간 6000~1만 가구 정도 방문조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교육 문제의 경우에는 국가 시험 성적과 같이 공인된 지표를 가진 것부터 활용한다. 소득이 없을 때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못 가던 사람이 이주했다면 이런 것도 하나의 측정 지표다. 커뮤니티 내 갈등이 해소됐는지는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정량적·정성적 지표를 모두 조사한다. 또한, 우리는 사업 종료 2년 후에도 동일한 가구를 대상으로 변화를 측정한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중심이다.”

—태국에서 대중들에게 사회적기업은 어떤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의 정의가 궁금하다. 

“사회적기업을 전반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 이해도가 충분하진 않은 수준이다. 사회적기업의 정의라…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웃음).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은 사업을 하면서 사회와 환경 문제도 같이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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