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새 정부, CSR 향방은? 돈 버는 과정, 일하는 방식 바꿔야 비즈니스 혁신 일어난다

최근 대기업 지속가능경영팀(사회공헌·CSR)은 두 가지 키워드에 꽂혀 있다. 바로 ‘사회혁신’과 ‘가치 경영’. 청와대에 사회혁신수석이 신설된 데다가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3개 법안에 ‘사회적 가치 실현’이란 문구가 수없이 등장하기 때문.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고, 사회적 경제 조직 활성화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촉진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비전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을 일치시키는 전략적 조정(Adjustment)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정부 출범, CSR 향방은 어떻게 될까?

우선 사회 혁신의 정의를 기업에 맞게 명확히 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센터장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 혁신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CSV(공유 가치 창출)에 함몰돼 실패를 거듭했다”며 “새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이슈나 주제가 아니라 기존의 관행, 지배구조, 협력업체와의 관계 설정 등 기업이 일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라고 강조했다.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는 “자본주의의 핵심은 돈을 버는 방식 및 과정에 CSR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제품 설계, 기획, 제조, 마케팅, 판매, 폐기물 처리, 재활용 등 공급망(Value Chain) 전반에서 인권·환경·상생·안전·불평등 해소 등 지속 가능 경영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라고 말했다.

◇CSR 키워드는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

지난 3월 23일 기업의 투명성 향방을 좌우할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민병두(더불어민주당), 이언주(국민의당), 홍일표·정우택(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합해 통과시킨 것. 이는 기업의 윤리 경영, 환경, 지배 구조, 인권 등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기재 및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으로 향후 기업들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CSR 세부 정보를 기재하게 된다. 오는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http://www.csreurope.org

기업의 ESG 정보 공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프랑스는 2001년 상장 기업의 자발적인 ESG 정보 공시를 위해 신경제규제법을 제정했고, 2010년엔 이를 비상장 및 공기업 등 모든 기업의 의무 공시로 개정했다. 영국은 2006년부터 비재무적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고(회사법), 2013년 모든 상장·비상장 기업이 정보 공시를 안 할 경우 그 사유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EU는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의 CSR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김종대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환경, 사회, 지배구조(이하 ESG) 등 비재무적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해온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편차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향후 CSR 정보 공시를 위한 인적·물적 비용은 물론 타기업과의 공개 수준 및 내용이 당장 비교되면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로부터 감시와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좋은 기업에 소비자·투자자 관심 쏠릴 것

지난 17일 국민연금이 올린 재공고문이 산업계에 회자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연구 용역’이었다.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비판받던 국민연금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돌연 태도를 바꾼 것. 신규 채용한 전문가를 책임투자팀에 배치할 계획도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준칙을 말한다. 2010년 영국, 2014년 일본에 이어 지난해 12월 한국에도 도입됐다. 565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적극 검토하자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며 반대하던 기관투자자들도 슬그머니 도입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24일엔 사모펀드(PEF) ㈜제이케이엘파트너스(이하 JKL파트너스)가 스튜어드십 코드 1호 가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그동안 국민연금은 옥시 같은 리스크 높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5% 이상 지분을 가진 대기업(약 280곳)에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서 “해외 주주들은 CSR 보고서 발간 유무, 기후변화·협력업체 정책 등을 따진 뒤 투표하는데 우리나라 주주총회 안건은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현재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2017년 기준 67개)이 기업의 ESG 정보를 고려해 투자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문재인 캠프는 “2017년부터 관련 법 또는 자산 운용 지침에 ESG 정보 공시 내용을 포함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국민연금의 투명성 및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아래 영상 참조).

국민연금 등 연기금 운영을 국민들이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겠다.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고 자본시장법도 보완하겠다…이와 관련된 법 제도를 보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실제로 경제 부흥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도입한 일본은 투명성 개선을 통해 주가가 많이 올라갔고,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을 높이겠다며 자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는 상황”이라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와 쌍방향 소통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좋은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사회공헌 키워드는 ‘지역’과 ‘파트너십

한편 전문가들은 최순실 사태의 학습 효과로 정권의 외압에 의한 ‘준조세’ 성격의 사회공헌은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대신 단기적·방어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과감히 버리고 장기적, 문제 해결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호 MYSC CSO(지속가능경영총괄)는 “향후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사회공헌이 지역 문제 해결형 사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최근 지자체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민간 투자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성과 목표에 따라 정부가 민간 투자자에게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는 제도) 문의가 쇄도하는 등 정부와 민간의 협업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전 세계 폐수 처리 장치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컨트롤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모델과 같은 상생, 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수출, 환경과 기후변화 등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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