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축제·방송현장 곳곳의 장애인 배려 시설에 감동”

장애청년드림팀영국 탐방기
전용 출입구·이동 서비스 몸에 밴 배려심 부러워
시각장애인 연극 단체 장애인 예술 비평 사이트 지적장애인 생활단체 등 함께 교감하며 자립 노력
장애 벗어날 순 없지만 이번 연수서 받은 감동 그대로 전파할 것

“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프로 무대에 서려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어떤 예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어떻게 15년간 창작 활동을 지속해 올 수 있으셨나요?”

무대의 물리적 장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각 장애 배우들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연 스타일을 시도하고, 비장애인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로 장애를 표현해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시각 장애인 연극 단체 엑스턴트(Extant)의 총괄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마리아 오쇼디씨에게 한국 청년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이들은 장애 청년들의 열정과 성장을 응원하고 국제 사회 리더를 키우기 위해 신한금융그룹(회장 한동우)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회장 이상철)가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에 처음으로 예술을 주제로 도전장을 낸 ‘나는 예술가다’ 팀이다. 이들이 장애인 예술가의 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경제적 지원, 지역사회와의 통합, 문화예술 접근성 등의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헤쳐 왔던 프로 장애인 예술가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었다.

런던 올드스트리트 그래피티 앞에서‘나는 예술가다’팀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 왼쪽 윗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효진ㆍ장은주ㆍ정재우ㆍ박지혜ㆍ이준상ㆍ박수호ㆍ문영민ㆍ서유랑씨).
런던 올드스트리트 그래피티 앞에서‘나는 예술가다’팀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 왼쪽 윗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효진ㆍ장은주ㆍ정재우ㆍ박지혜ㆍ이준상ㆍ박수호ㆍ문영민ㆍ서유랑씨).

지난 7일 시작된 9일간의 일정에서 런던과 브라이튼의 장애인 예술단체, 교육 단체 등을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한 7명의 팀원들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며 수없이 되풀이했을 고민의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갔다.

문영민(27·지체장애 대학원생)씨는 장애인 예술 비평 사이트 DAO (www.dis abilityartonline.org.uk ) 에디터 콜린 함부르크씨와의 만남을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으로 꼽았다.

“함부르크씨가 장애인 예술단체의 전문성을 위해 지목한 장애인 예술비평은 제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어요. 장애인 예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가치를 알리거나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비평 활동이 한국 장애인 예술계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예술 비평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어졌어요.”

우연히 선 장애인 연극 무대를 통해 주도적으로 변화된 자신을 느낀 후부터 가져온 장애인 예술에 대한 문씨의 애정은 각별했다.

테이트모던에서 서유랑(25·청각 장애 예술가)씨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청각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시각이나 촉각화에 집중된 것이 아쉬워 청각적인 표현을 시도했지만 확신할 수 없어 활동을 중단했었어요.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보며 제 특징, 성향에 대해 더 고민하고 앞으로 청각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도 생각할 수 있었어요.”

프리랜서 조각가 이준상(28)씨는 가족, 지역민들은 물론 방문한 자신까지 자연스럽게 교육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던 라르세 지적 장애인 생활 공동체의 댄스 & 드라마 워크숍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함께 어울려 받는 예술 교육은 장애인 예술인들이 장애 문제를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도 장애를 이해하게 해 기존 예술계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라고 말했다.

장애, 인종, 연령의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템스 페스티벌, 야외 간이 공연에서도 장애인 전용 출입구와 이동 서비스를 마련해 두었던 하이드파크의 라디오 생방송, 그리고 다양한 문화 시설과 대중 교통 등 곳곳에서 영국인들이 보여줬던 장애인들에 대한 몸에 밴 이해와 배려에 이들은 무엇보다 감동과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연수를 마치며 문화 생산 주체로서의 장애인의 자립은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로 영국의 다양한 단체에서도 장애인 예술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답을 구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수화로 별명을 지어주거나, 휠체어 경주를 하고, 삼삼오오 클럽과 킬힐을 구경하는 그들의 젊은 어울림을 보며 영국의 장애인 예술가들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자립의 힘을 키워가는 것처럼 이들이 얻은 가장 큰 소득도 장애, 비장애의 구분 없이 동료로 어울려 갔던 과정이라 보였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시청각 장애인의 소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효진(25·청각장애)씨는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다른 분야에서 활동했던 팀원들이 모여 장애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면서 시선이 넓어진 느낌이에요”라며 “장애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연수에서 받은 영향을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파동처럼 전하며 장애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수 경험이 이들의 열정에 어떠한 불쏘시개가 되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도전에 마중물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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