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빠른 의료 성장 이룬 한국에 더 많은 의료 지원 기대합니다”

말라리아·결핵·에이즈 3대 질병 예방·치료 위해 글로벌펀드 출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 10년 새 200만명 줄어
“향후 지속적 싸움 위해 의료 취약계층의 권리보호부터 시작해야”

크리스토프 벤 글로벌펀드 대외협력국장
크리스토프 벤 글로벌펀드 대외협력국장

“2001년도에 전 세계에서 HIV/AIDS(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로 600만명이 사망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현실을 비상사태로 인식했습니다.”지난 8월 25일 만났던 글로벌펀드(The Global Fund)의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사진) 대외협력국장은 글로벌펀드의 설립이 늦출 수 없는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글로벌펀드가 설립되기 전부터 세계 각국의 의사들과 환자들이 3대 질병에 걸린 환자들의 삶에 대한 권리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이런 시민사회의 운동이 정치인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당시 UN의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도 이 문제를 주시했습니다. 그후 2000년에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G8 정상회담에서 3대 질병 문제가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습니다.”

이렇게 시민사회, 환자, 정부, UN의 관심 속에 2002년 출범한 글로벌펀드는 지난 10년간 40여 개국 정부와 민간단체로부터 220억달러를 모금해 3대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10년 사이에 3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00만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획기적인 변화의 원동력은 “개별 비영리단체들의 프로그램 수준을 뛰어넘는 국가 수준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있었다.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를 치료해서 돌려보내면 몇 달 후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돌아오곤 합니다. 우리는 한 국가에서 가족당 모기장이 두 개는 있어야 말라리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에이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진단을 받을 수 있어야 에이즈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죠. 결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태평양 지역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 인구에 대해 보편적인 의료 지원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래서 글로벌펀드는 국가를 지원한다. 해당 국가의 관료제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부문의 경험을 빌려 대응한다.

“한 국가가 글로벌펀드에 지원을 요청하려면 지원금이 어떤 계획하에 사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예방활동을, 몇 명에게, 모기장 몇 개를 통해서,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밝혀야 하고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는지도 검증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급한 자금이 원래대로 사용되었다는 보고를 받아야 다음 자금이 지급됩니다. 그런 검증을 위해서 민간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합니다. 민간기업들이 감사를 받듯이, 우리에게 지원금을 받은 국가는 해당 국가에 사무실이 있는 대형회계법인의 모니터링을 받습니다. 때때로 우리 사무국이 이 감시인들과 함께 감사를 하기도 합니다.”

각 국가에서 자기 나라에 필요한 지원의 내용을 결정하게 하되, 그 이행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감사하는 체계는 지원금의 효율을 높였다.

향후 지속적인 3대 질병과의 싸움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크리스토프씨는 “인권존중”을 강조했다.

“인권에 대한 인식의 수준과 의료서비스는 함께 갑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취약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불법이주노동자들을 예로 들면 이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동성애자, 성매매자, 마약중독자들도 권리보호부터 시작해서 의료서비스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크리스토프씨는 국제보건의료 체계에서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과 의료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세계의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재원을 지원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한국이 가진 의료보건체계나 전문가, 지식을 다른 국가에 보내 그 나라의 의료보건 역량을 키워줄 수도 있을 겁니다.”

크리스토프씨는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은 중요한 일원이고 이에 따라 할 일도 많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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