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기업·예술이 뭉쳤다 기부·공연 함께한 나눔 현장

가업승계기업협의회·퓨전국악그룹 ‘아나야’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어르신 3000명 모시고 식사·공연 함께 나눠 더 흥겨웠던 시간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10분,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식당 문이 열리자 미리 줄을 서 있던 어르신들이 천천히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던 봉사자들의 얼굴엔 땀이 맺혔다. 봉사자를 대표해 가업승계기업협의회의 회장인 동양종합식품주식회사 강상훈 사장이 위생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채 인사를 했다. 가업승계기업협의회는 중소기업의 경영후계자와 2세 경영인들이 모여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만 배우다가 이제 나눔과 실천을 하면서 사회를 배우고 싶습니다. 저희 봉사활동 시간에 부족함이 있고 저희가 일이 서툴러 불편함을 끼칠 수도 있지만 많이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해주십시오.”

이곳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는 어르신은 하루에 3000명, 그중 2000명이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봉사자들은 식판에 밥과 반찬, 국물을 담아 자리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에게 배달해 드리는 역할을 맡았다. 전체 2000명이 식사를 하는데 그중에는 거동이 불편해서 직접 식판을 식탁까지 배달해 드려야 하는 분들도 있다. 이 어르신들이 식사를 마치면 그다음 차례가 거동이 가능한 어른신들의 배식이다. 국물이 흐를세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는 봉사자들의 마음과는 달리 어르신들 중 몇은 밥이 일찍 오지 않는다고 성화다.

퓨전국악그룹 아나야의 공연으로 어르신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퓨전국악그룹 아나야의 공연으로 어르신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지하의 식당에서 이렇게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3층의 대강당에선 공연준비가 한창이다. 퓨전국악그룹 ‘아나야’는 이날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공연을 준비했다. 아침 일찍 도착해 공연 연습을 했던 민소윤 대표 역시 긴장을 감추지 않았다.

2005년에 결성된 이래 적지 않은 공연을 했지만 이번 공연에선 특히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나오셔서 연습을 지켜보시는데 민요 한 가락만 나와도 박수를 치시더라”며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12시에 공연이 시작되고 잠시 후 300명이 들어오는 대강당이 꽉 찼다. 국악과 타악기가 결합된 공연 땐 흥겹게 박수를 치더니 익숙한 민요 가락이 나오자 따라 부르는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제일 앞자리에 일찍 자리를 잡고 앉은 어르신들 중 몇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까지 췄다.

이날은 작은 마음들이 뭉친 날이다.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는 회원들이 급식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800만원 상당의 기부품을 전달했다. 기증된 냉방장비와 음향장비는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하는 실버라디오의 부스에 설치됐다. 퓨전국악 단체인 그룹 아나야는 재능기부를 통해 한 시간에 걸친 무료 공연을 했다.

공연과 기부, 봉사가 함께한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중소기업 중앙회가 주관하는 ‘중소기업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부여행’의 일환이다. 중소기업과 문화예술단체가 함께하는 기부의 시너지 만들기는 올 한 해 계속될 예정이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