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청년, 사회공헌을 만나다-①] 사랑으로 인성을 싹 틔우는 ‘틔움교실’

아동보호시설 아동들을 위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 ‘틔움교실’

틔움교실 조인경, 김정희 교사 인터뷰

 

“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

윤성(가명)이는 화가 많은 아이였다. 저학년 동생들보다 덩치가 작았지만 누구보다 목소리가 컸다. 아이는 수업 시간마다 다른 친구를 방해하고 흥분해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틔움교실 선생님은 윤성이를 혼내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옆에 앉아 눈을 맞추고 억센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윤성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불쑥 화를 낸 뒤엔 선생님을 쫓아와 ‘죄송하다’고 말했다. 수업도 제대로 안 듣던 아이가 직접 만든 책을 봐 달라며 조르기도 했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의 결과였다.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하는 인성교육

“인성교육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해요.”

지난 17일, 경복궁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조인경(55), 김정희(49) 틔움교실 교사가 입을 모아 말했다.

틔움교실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현대해상과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이 매년 양육시설 세 곳을 선정해 직접 교육을 진행한다. 두 교사는 밝은청소년 소속으로 틔움교실이 문을 연 2003년부터 5년째 한 팀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특별히 보호시설 아동에게 인성교육을 하는 이유는 뭘까. 조 교사는 “가족 와해나 해체로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기본 예절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틔움’이란 이름도 아이들이 언 땅에서 어려움을 딛고 싹을 ‘틔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졌다.

 

실생활에서 배우는 배려와 책임

틔움교실 수업 시간에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조인경 틔움교실 주교사
틔움교실 수업 시간에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조인경 틔움교실 주교사

“두 아이가 길을 가다 3만원을 주웠는데, 둘이서 생활관 선생님께 말도 없이 나눠 써버린 거예요.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하는게 좋을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했죠.”

틔움교실의 교육 프로그램은 ‘인성교육진흥법’에 명시된 8개 덕목(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도록 고안됐다. 허나 틔움교실 교사들은 이론 수업보다도 아이들이 직접 덕목을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한다. 예를 들어, 길에서 돈을 주웠던 경험이 있다면 당시의 생각과 느낌 등을 공유하고 최선의 행동방식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길을 가다 핸드폰을 주웠다면?’이란 주제로 역할극을 하기도 하고, 학생 수보다 과자를 적게 가져와 함께 나눠먹는 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활동을 통해 배우는 교육의 효과는 실생활에서 나타났다. 아이들은 퍼즐 맞추기 활동에서 협동심을 길렀고, 화분을 만들면서 책임감을 배웠다. 김 교사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돌아보게 됐다”며 “욕을 덜 쓰거나 과자를 친구와 나눠 먹거나 하는 변화가 점점 보인다”고 말했다.  

가면 만들기 활동을 한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가면을 쓰고 포즈를 취했다. ⓒ조인경 틔움교실 주교사
가면 만들기 활동을 한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가면을 쓰고 포즈를 취했다. ⓒ조인경 틔움교실 주교사

 

인성교육은 결과 아닌 과정

“한 친구는 수업 시간에 어떤 ‘아저씨’ 이야기를 계속 했죠. 처음에는 누구인지 묻지 않고 들어주기만 했어요. 아이와 충분히 관계가 형성된 뒤에야 아저씨가 ‘아빠’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인성교육은 단기간에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교과 학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틔움교실 교사들이 아이들과의 관계를 서두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주면서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며 “표현을 했을 때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아이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고 했다.

두 교사는 인터뷰 내내 인성교육의 결과보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김 교사는 “틔움교실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이 과정 그 자체”라고도 했다.

“아이들이 하루 아침에 변하지는 않아요. 서서히 조금씩 바뀌죠.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면 검은색을 쓰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밝은 색을 쓸 때, 학년이 높은 친구들이 동생들을 챙길 때 아이들이 자랐다는 것을 느낍니다.”

조유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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