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대학생들이 고민하는 ‘스마트 기부’

기아대책xMYSC의 ‘기부원정대’ 최종공유회를 가다 

 

가로 16cm, 세로 7cm. 6인치 스마트폰 크기과 비슷한 검은색 기기를 앞에 두고, 20대 여대생 세 명이 머리를 맞댔다. 

김혜영(22, 고려대 사학과)씨 :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박진아(22, 고려대 간호학과)씨 : “좋은 내용의 책과 기기를 한 케이스에 넣어서 카페에 두는 거야. 사람들이 책을 읽고 힐링된만큼 자유롭게 기부하게 해보자.”
박건혜(21, 고려대 사회학과)씨 : “배터리 문제는 어떡하지, 매일 번갈아가며 카페에 가서 보조배터리를 교체해야겠다.” 

세 학생의 고민은 이어졌다. 이들의 미션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스마트모금함인 ‘기대함’을 활용해 일상 속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해보는 것. ‘기대함’은 기아대책과 사회혁신 컨설팅·투자 전문 기업 MYSC와 함께 제작한 휴대가 가능한 스마트모금 기기로, 와이파이와 전원만 있으면 어디서나 기부할 수 있다. 후불 교통카드나 삼성페이를 기대함 스크린에 대면, 초기 설정된 금액(1000원 이상)만큼 곧바로 기부가 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혜영, 박진아, 박건혜씨는 팀(팀명 FULL)을 꾸려 두 달간 직접 책을 제작하고, 모금 활동을 기획했다. 일일이 카페를 돌며 테스트를 해보고, 삼청동, 안암동 등 서울 시내 카페에도 책을 비치했다. 책 케이스 속에 ‘기대함’을 비치해, 책을 읽은 후 감동만큼 자유롭게 기부하도록 했다.  6주 간의 기간 동안 발로 뛰어다녔지만, 총 모금액은 1000원. 국제개발 분야로 진로를 준비하고 있는 박진아씨는 “역시 책상으로만 논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직접 발로 뛰면서 실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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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박진아, 박건혜씨가 직접 제작한 책과 스마트모금함 ‘기대함’ ⓒFULL팀 

◇ 인형 뽑기, 기부 버스킹… 대학생들의 창의적 모금 아이디어

 

“버스킹 현장에서 바로 기부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남녀가 걷기 데이트를 하면서 코스 중간중간에서 기부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게임비가 기부되는 인형뽑기 가게는 없을까요?”, “좋은 책을 읽고 힐링된 만큼 바로 기부하면 어떨까요? ” 

지난 11일, 서울 선정릉역 인근 디캠프에서는 30여명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모금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들은 두 달 동안 ‘기대원정대’란 이름으로 기아대책과 MYSC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모금함을 활용한 모금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학생들은 UN이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7개 중 하나를 골라 모금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지난해 12월말 기대원정대에 선발된 학생들은 37명. 이들은 2~3명씩 총 12개 팀을 구성해, 미혼모, 다문화, 소아함 환아 등 다양한 기부 대상자를 선정했다. 각 팀들은 휴대가 용이한 ‘기대함’을 활용해 길거리, 카페 등에서 직접 모금을 진행했다. 산업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현직 직장인 멘토 8명이 학생들의 아이디어 실행을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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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원정대 최종공유회 발표 현장. ⓒ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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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공유회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젝트는 유연인팀의 ‘걸음마 프로젝트’. 소개팅에 나온 남녀가 만보기를 차고 일정 코스를 걸으며 소아암 아동을 위해 기부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소개팅 참가비를 고스란히 기부할 수 있고, 걷기를 통해 절감된 교통비를 기부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유연인팀은 6만5300원을 모금하며, 이날 대상(Excellence Award)을 수상했다. 

유연인 팀의 멤버 권효인(23, 한국외대 철학과)씨는 “멘토님의 도움을 받으며 ‘기부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기부하고 싶게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의 전환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고객도 만족하는 기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핵심. 덕분에 걸음마 프로젝트에 참가한 4커플 전원이 주머니를 열어 기부에 참여했고, 모두 재참여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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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원정대’에 참여한 대학생들과 멘토 및 관계자들 ⓒMYSC

◇ ‘스마트 기부’…미래 기부 문화의 모습은?

 

스마트모금함이 미래 기부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김호경 기아대책 캠페인기획팀 간사는 “한국은행도 동전 없는 사회를 이야기 했고 세계적으로도 동전 발행을 중단하는 추세”라며 “기부함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기부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간사는 “아직은 실물화폐의 경우가 모금액이 더 많다”면서 “앞으로도 스마트모금함에 대한 인식의 문턱을 낮춰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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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교통카드나 삼성페이를 갖다대면 약 20초 가량 기부 관련 동영상이 나온다. ⓒ박혜연

이날 공유회에서 대학생들은 스마트모금함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와이파이 자동 접속이 원활하도록 제품을 발전시키자”, “기부로 이어지는 터치스크린 게임을 개발해보자”, “영화관과 협력해 티켓 무인발급기에 기대함을 설치하자” 등 트렌드에 발맞춘 제안들도 있었다. “삼성페이나 후불교통카드만 결제 가능한 것은 기부 타깃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심사에 참여한 MYSC의 김정태 대표이사는 “실폐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혁신가의 비결”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러분들 모두 훌륭한 사회 혁신가로 성장할 것”이라 학생들을 격려했다. 기대원정대 직장인 멘토로 참여한 한수정 디자이너 또한 “학생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준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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