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날아라 희망아]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내 동생 훌륭한 기술자 돼서 고쳐줄 거예요”

방글라데시 11살 소년 코림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철공소, 매캐한 냄새와 쇳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곳에서 하루 12시간 일하고 있는 소년 코림을 만났다. 5년 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코림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해오고 있다.

“내 이름은 코림이고, 열한 살입니다. 배를 만들기 위한 부품을 다듬고 붙이는 일을 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는 코림에게, 철공소에서 얼마나 일했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는 1년쯤 됐어요. 가끔씩 다치기도 합니다.”

옆에 있던 어른 동료가 “1년 동안 지켜봐 왔는데 아주 열심히 한다”며 “아주 성실한 아이”라고 말을 거든다.

열한 살 코림이 동생의 약값을 벌기 위해 철공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열한 살 코림이 동생의 약값을 벌기 위해 철공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일곱 살이 됐을 때, 코림도 다른 아이들처럼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잠시였다.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는 일을 할 수 없었고, 두 누나가 온종일 바느질 일을 했지만 그것으로는 가족이 먹고살 수 없었다. 결국 남자인 코림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해야만 했다. 코림의 누나는 “코림이 정말 학교에 가고 싶어했다”며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재 코림의 꿈은 ‘기술자’다. 가족의 생계를 든든하게 책임지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림의 노동은 아침 8시에 시작된다. 철공소로 출근하기 전, 집에서 코림은 늘 열 살 남동생을 꼭 챙기며 인사말을 잊지 않는다.

“로힘, 네가 힘들지 않도록 형이 널 위해서 열심히 일할게. 사랑해.”

한 살 아래 동생 로힘은 3년 전 심장판막의 문제가 발견됐다. 지금은 숨이 차오르며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증상을 보이는 게, 거의 매일이다. 코림은 “내가 고생을 하더라도 동생이 나을 수만 있다면 계속 일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만5000원, 코림의 한 달 월급이다. 이 중 동생 로힘의 약값으로 1만원가량이 쓰인다. 이마저도 치료제가 아니라 심장질환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을 도와 고통을 줄여주는 약이다.

코림뿐 아니라 코림의 큰누나는 재봉공장에서, 작은누나는 방글라데시 결혼식 전통 의상을 만드는 바느질 일을 새벽부터 밤 12시가 될 때까지 한다. 그렇지만 온 가족의 수입을 합쳐도 방세와 다섯 식구의 먹을거리 사는 것도 빠듯한 형편이다. 때로 아주 어려울 때는 로힘의 약을 사지 못하는 달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코림의 가족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심장병으로 매일 고통받고 있는 로힘의 수술비를 마련하는 일이다. 로힘은 2~3년 안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다. 그러나 지금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로힘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면 함께 아파하며 둘러서서 부채질을 해주고, 마사지해 주는 일 정도뿐이다. 우리의 관심과 사랑만이 이 가족에게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

※ 코림 동생의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코림 같이 질병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해외 빈곤아동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1599-0300, www.gni.kr)로 연락하면 됩니다.미상_그래픽_날아라희망아_코림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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