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날아라 희망아] “내 눈이 나아 엄마 눈물 멈추면 좋겠어요”

실명 위기 처한 8살 소녀 카디자

아프리카 대륙 중앙부에 위치한 나라 차드(Chad)의 다사마을은 수도 은자메나에서 동남쪽으로 17㎞가량 비포장도로 위를 한참 달려 들어가야 하는 열악한 지역이다. 여덟 살 카디자가 홀어머니 그리고 세 명의 어린 동생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다.

벌판 한쪽 편에 있는 작고 허름한 카디자네 흙집으로 들어서자 가정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헝겊 조각조차 깔지 않은 채 개미떼와 엉켜 그대로 누워 있었다.

카디자의 어머니 니이타(26)는 갓 태어난 동생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그 곁에 카디자가 고개를 비스듬히 옆으로 돌린 채 멍하니 어딘가를 주시하고 앉아 있었다. 카디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가려진 쪽의 눈을 자세히 살펴보니 알사탕만한 혹이 붙어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 등으로 인해 시력을 잃 어가는 아프리카 차드의 8살 소녀 카디자가 처음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비위생적인 환경 등으로 인해 시력을 잃 어가는 아프리카 차드의 8살 소녀 카디자가 처음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카디자가 한 살쯤 됐을 때,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고 가려워서 눈을 자꾸 비비다 보니 티눈 같은 상처가 생겼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는 데다 치료비도 없어 적당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상처는 점점 자라 눈 속에서 혹으로 자리 잡았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상처가 방치 된 지도 벌써 7년째다. 상처 때문에 앞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튀어나온 안구에서는 고름이 계속 흐르고 있었고, 카디자는 계속해서 통증과 가려움증을 호소했다.

“저렇게 심해질 줄은 전혀 몰랐다”며, 카디자의 어머니는 “카디자를 위해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병으로 남편을 잃고 어린 나이에 세 명의 아이들을 돌보게 된 그녀는 “카디자의 고통이 모두 내 탓”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떨궜다.

카디자의 어머니는 카디자와 두 동생을 키우기 위해 물지게를 지고 다른 사람 밭에 물을 주는 일을 해 오고 있다. 50℃가 넘는 뙤약볕에 무거운 지게를 하루 40여 번 나르면, 한 달 1만3000원가량을 번다. 네 식구가 하루에 한 끼씩을 먹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식량조차도 걱정인 상황에서 카디자를 고치기 위한 병원을 찾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최근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 차드지부의 도움으로 카디자가 눈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안구가 돌출된 왼쪽 눈은 이미 눈의 기능을 상실해서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고, 오른쪽 눈은 퇴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희미하게나마 시력이 남아 있어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다는 결과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병원을 찾은 카디자가 금방이라도 나을 듯, 활기차게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빨리 두 눈이 나아서 학교에 가서 무엇이든 배우고 싶어요. 제 꿈은 학교에 가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적당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3초에 한 명씩, 1년이면 880만 명의 아이들이 병들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도 큰 병이 아니라 간단한 조치만으로 충분히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이유로 말이다. 카디자와 같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도 건강하게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카디자와 같이 질병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해외빈곤아동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1599-0300, www.gni.kr)로 연락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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