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⑦돈과 임팩트 사이, 기업의 존재 이유

비즈니스의 목적, 이익인가 소셜 임팩트인가

 비즈니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적 임팩트와 이윤 추구는 서로 배치되는 것인가. 주주이익 극대화로 대변되는 왜곡된 경제 경영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국내 사회책임투자 영역을 10년이상 개척해 온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피터 드러커의 경영 사상을 설파해 온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1세대 창업가로서 소셜벤처의 성장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아론 푸(Aaron Fu) Nest 매니징 디렉터(아프리카)가 대화에 나섰다.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왼쪽에서부터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아론 푸 Nest 매니징 디렉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이덕준(사회)=비즈니스 환경, 금융, 투자체계가 어딘가 많이 고장 나 있다. 어떻게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는 단계다.

류영재= 예전에는 윤리적 투자였다면, 지금은 지속가능한 투자로 바뀌고 있다. 윤리적 투자는 투자자들의 미션과 투자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WWF(세계자연보호기금)은 모피회사나 동물 실험하는 제약회사에 투자하면 안되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연기금, 보험회사 등에서 재무적인 성과뿐 아니라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고려한 투자를 하자는 게 지속가능한 투자다. BP의 멕시코만 오일, 폴크스바겐 사태 등으로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사회책임 문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자산운용, 아라베스크자산운용이 ESG와 재무성과의 연관관계에 해당하는 39개 논문를 살펴보니, 이중 31개가 지속가능한 기업이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걸 밝히고 있다. 우리는 1년 반 전에 지속가능성 관점으로 9가지 주제를 고르고, 1500원 이하 기업들 1100개 추리고, 이중 500개 추리고, ESG 봐서 최종 30개 기업을 추려봤다. 1년 동안 주가 변동폭을 보니까 지난해 11월 이후 주식가격이 30% 넘게 올랐다. 탁월한 성과다. 투자만 30년 해온 제 느낌으로는, 진짜 좋은 기업이 롱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한다는 확신이 있다.

송경모= 오랫동안 신용평가 회사에서 일했다. 증권회사에서 이직해서 채권발행 중개업무 하다가 지금은 기술사업화 전략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피터드러커의 사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오래 연구해왔다. 수많은 경영구루들이 있다. 대부분의 구루들은 그 기업의 성공을 강조한다. 전략, 조직, 마케팅을 얘기하지만 결국 그 기업이 성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많은 경영구루 중에서 사회에 대한 경영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말씀한 분은 드러커 선생 정도가 유일하다고 본다. MBA코스를 비롯해서 전 세계 경영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테크닉이다. 현대경영학이 성립되기 위해서 경제학의 언어를 빌렸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게 오늘날 대부분의 경영자 뇌리에 깊이 함몰되어 있다. ‘왜 사업하느냐’고 물으면 ‘돈 벌라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드러커는 ‘경영자는 경제인 이상의 존재다. 경제인의 역할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면 자기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영인이라면 사회의 리더로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반기업 정서와 반 자본주의 정서가 판을 치게 되는데, 지금의 기관투자가들 또한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해왔다. 하지만 1930년대 막스앤스펀서(Marks&Spence)의 사례에서 보듯, 착취형 시스템을 탈피해 공급업체를 도와주려는 시도를 했다. 서구에서 이 사례가 학습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1930년대 서구사회 이전에 머물러있는 기업이 많다.

양경준= 사회적 기업을 IPO(기업공개) 시키면 어떨까. 제너럴바이오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현재 B콥 인증기업이기도 하고, 제품 퀄리티가 높은데 가격은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기업가치가 300만달러로 예상된다. 내년에 코스닥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000만달러의 소셜벤처기금을 만들 계획이고. 새로운 스타 사회적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이덕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보고 있나.

류영재= 한국에서는 재벌이 감옥 다녀오면 사회공헌을 한다. ‘사회공헌=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기업이 3000억 벌어서 30억 기부하고 ‘CSR 워싱(washing)’하는 것이 CSR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경모= 기업은 하나의 법인이다. 개인이 만들어서 조직을 만든 것이다. 기업에게 책임이 있나, 그 안의 개인이 책임이 있나.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것이 옥시라는 회사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성분이 있다는 것에 아주 비극적인 사태다. 옥시라는 법인의 책임이라고 몰아 부치는 게 맞나, 옥시 사장의 책임인가, 그 제품을 도입키 로 한 옥시 내의 의사결정자의 책임인가. 옥시 안에서도 그 안에서도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드러커 교수가 강조한 것은 ‘기업의 책임은 기업의 개별의사결정자의 책임’이다. 법적으로 실정법상 기업의 책임이지만,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자의 책임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지식노동자들이 내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를 항상 생각하고, 자기가 아는 한에서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는 선구자일뿐이지, 앞으로 모든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세상이 바뀌어서, 과거처럼 사치욕이나 편안함을 주는 것이라고 해서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지났다. 공동체를 위한, 함께 살아가는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론 푸= 컨설턴트로서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이기 원하는가, 실제로 책임을 지려는가’이다. 탐스슈즈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신발회사. 그런 책임으로 인해서 개발도상국의 신발사업이 망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덕준= 경제학에서 이익극대화라는 얘기는 누가 가장 먼저 얘기했는가.

송경모= 영국 고전경제학 아담스미스, 존스튜어트밀. 리카도까지는 아무도 이익 극대화 얘기 안했다 이후 마샬이 발전시킨 후 그 다음에는 신앙처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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