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저성장 시대, 기업과 NPO의 윈윈전략

박란희_작은사진여기저기서 다들 아우성이다. 장기 불황과 저성장 시기로 접어들면서, 올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폭 축소됐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D기업의 경우, 파트너단체와 하던 8억원 규모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을 5분의 1 규모로 삭감할 정도다. 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던 비영리단체들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후원뿐 아니라 개인후원 증가율도 꺾이고 있다. 소수의 대형 글로벌 비영리단체의 경우 매년 TV나 온라인, 모바일 광고 등에 사용되는 금액이 수십 억원에 달하지만, 예전만큼 광고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기부금 총액이 연 20~30%씩 증가해왔던 월드비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등 대형 비영리단체 또한 기부금 증가율이 정체이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가끔 필자에게 ‘비영리단체의 미래가 어찌될지’ 혹은 ‘이제 한국에서 기부금 성장은 포화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미래를 예언하긴 힘들지만, 아직 성장 여력은 남아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왜냐 하면, 아직 한국에선 흔히 말하는 ‘제3섹터’(정부와 기업이 아닌)의 생태계 자체가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기에, 그만큼 가능성도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섹터에서 외연 확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달려있다.

최근 ‘더나은미래 포럼’에 초청한 어완 뷜프(Erman Vilfeu) 네슬레코리아 대표와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솔직히 감동을 받았다. 연매출 888억스위스프랑(108조원)을 지닌 회사 네슬레의 150년 성장 비결을 알 것 같았다. 한국 기업에서 배워야 할 게 무엇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이해관계자 소통’이었다. 네슬레 제공_어완 뷜프_기업 CSR_사진_151208

 

“1930년대 대공황 직후 커피가격이 폭락하면서, 브라질 투자은행이 네슬레를 찾아왔어요. 네슬레의 커피 산업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물었죠. 네슬레는 우리의 우유 생산 기술을 전수하면서, 우유를 분말로 만들어 커피와 결합시켜 볼 것을 브라질 정부에 제안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네스카페’예요. 매일 5억 잔의 커피를 파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죠.”

네슬레는 매년 자신들의 주최로 ‘CSV 포럼’을 열어서, 지역사회와 비영리단체, 정부 등 자신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토론을 벌인다. 2009년부터 6년간 총 1593명이 참석했고, 작년엔 4621명이 인터넷으로 참여해 5948개의 트위터 포스팅을 했단다. 이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이 다음해 네슬레의 CSV 정책 및 전략에 반영된다고 했다. 모든 정보가 기업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정부, 기업, NPO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비슷하다.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세탁기를 최초로 만든 기업인이 이윤 추구만을 위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줄이고, 보다 편리한 삶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공익적인 목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고 관료화되면서, ‘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상당히 약해져가고 있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력의 차이가 없어지니, 광고와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게 일상화됐다. 저성장시대를 돌파하는 건 어찌 보면 ‘기본’에서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해결할 사회문제가 어디 있는지부터 둘러보는 것이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집단인 NPO와의 협업은 필수다. NPO 입장에서도, 기업과의 협업은 문제 해결을 보다 ‘규모 있게’ ‘영향력 있게’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행하는 <NPO가이드스타> 2016년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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