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변화의 물결, NPO의 새로운 도전

박란희_작은사진해외탐방을 가거나 해외 유명인사를 인터뷰할 때면, 안타까운 게 하나 있다. 해외에서는 흔히 ‘필란트로피(Philanthropy)’나 ‘채리티(Charity)’, ‘제3섹터(The 3rd Sector)’ 등으로 불리는 NPO 영역이 국내는 정치 진영에 따라, 혹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몇 갈래로 쪼개져있다. 흔히 환경이나 소비자문제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어드보커시(Advocacy) 역할을 강조하는 시민사회단체,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단체, 행자부 산하 전국의 250여개 자원봉사센터를 주축으로 하는 자원봉사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해외아동결연과 국제협력사업을 하는 글로벌국제구호NPO 등이 그것이다. 불행히도 이렇게 쪼개진 NPO단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고 함께 만나는 네트워킹도 별로 없다. 

1980년 이후 한국의 NPO들이 대다수 태동했다고 보면, 20년 넘게 이런 상황은 큰 변함이 없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듯, NPO가 정부 정책의 전문성 있는 파트너이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집단이라는 인식이 국내에선 매우 약하다. 그래서일까. 대형 글로벌NPO 사무총장을 하다 최근 소규모 NPO들의 협의체 대표를 맡은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서 이렇게 토로했다.

“대형 NPO와 달리 소규모 NPO에게 미래가 있을까 싶어요. 정부가 찔끔찔끔 나눠주는 보조금 받아 사업하거나, 기업 사회공헌 자금에 기댈 뿐이지 후원회원이 거의 없어요.”

후원회원이 없거나, 줄어드는 건 거의 대부분의 NPO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위기감은 더 크다. 최근 서울시청에서 열린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에서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NPO의 역할에 대해 “예전에는 플레이어(player)였다면, 이제는 모더레이터(moderator)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등 예전 같으면 NPO가 사람들을 조직해서 언론이나 대중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라며 정부를 압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굳이 조직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의견을 공유하고, 이 눈덩이가 점점 커지면서 정부가 압박을 느끼게 된다. SNS는 예전 시민단체가 해왔던 ‘스피커’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과연 후원회원들은 모두 사라진 것일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더나은미래’가 네이버 해피빈과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단체에 도움을 주는 공감펀딩을 시작했는데, 무려 10여일 만에 개미후원자들에게서 무려 1900만원 가까운 돈이 모금됐다. 네이버, 카카오, 와디즈 등의 크라우드펀딩이나 사회문제 해결을 하는 집단에 투자를 하는 ‘임팩트 투자’ 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단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신뢰를 얻으면 사람들은 그 뜻에 동참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기술의 발달이나 SNS의 등장으로 인해 사라진 직업군이 많다. 특히 중개업이 그렇다.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점포가 수십 곳 문을 닫고 있으며, 카카오택시 때문에 콜택시 회사들이 위기에 빠져있다. “앞으로 SNS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을 대행해주는 NPO라는 집단이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는 한 NPO 사무총장의 우려가 현실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더 늦기 전에 NPO들은 혁신, 투명성, 신뢰, 임팩트와 같은 용어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행하는 <NPO가이드스타>의 2016년 가을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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