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월)

[기부 그 후] 승리의 행복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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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못 읽어요.”

승리(가명)가 처음 경천공간에 왔던 날, 아이는 마치 영화 ‘늑대소년’의 주인공 같았습니다. 9살이 될 때까지 정서적 문제를 가진 부모님 밑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글과 숫자를 몰랐고,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작은 어깨를 움츠리기만 했습니다. 영양부족으로 치아 건강과 시력에 이상이 생겼고, 어렸을 적 발병한 폐렴은 재발을 반복했습니다.

제대로 된 먹을 것, 입을 것 하나 갖춰지지 않는 환경에서 긴급 분리된 승리. 경천공간 선생님들은 승리의 회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또래보다 늦은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치료과정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경천공간 선생님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상황. 선생님들은 네이버 해피빈 모금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승리의 교육비와 의료비 마련이 주목적이었습니다.

경천공간_기부그후_어린이보호시설_승리_2016

경천공간에서 승리를 위해 정한 목표 모금액은 440만원. 해피빈을 통해 승리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었습니다. 특히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승리의 사연을 듣고 목표액을 넘어서 추가 기부금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인 금액은 약 774만원. 네티즌이 모아준 십시일반의 응원과, 신한은행 임직원의 도움으로 예상 수준을 훨씬 웃도는 치료비용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승리의 소식을 들은 약사 선생님은 직접 승리에게 필요한 영양제까지 보내주셨습니다.

모금 이후, 승리는 눈에 띄게 건강해졌습니다. 반 공기도 채 삼키지 못하던 승리는 이제 밥 세 그릇을 거뜬히 비워낼 정도로 식사량이 늘었습니다. 여덟 살 동생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 불쑥 나올 정도로 키도 많이 컸습니다. 계속해서 승리를 놓아주지 않던 폐렴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한 시름 놓아도 될’ 정도라고 합니다.

“승리가 예전에 비하면 훨씬 밝아졌어요. 요즘에는 먼저 다가와 선생님께 애교 부리며 애정표현도 하고요. 말을 거의 하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무엇을 먹고 싶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사표현도 확실히 하게 됐습니다.”

낮은 자존감 회복을 위해 심리치료와 미술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원래라면 1회 5~10만원 선의 상담비 때문에 두 가지 치료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지만, 해피빈 덕분에 필요한 치료를 고루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2경천공간_기부그후_어린이보호시설_승리_2016

공부에 대한 집중력도 상당합니다. 또래 친구는 10분도 못 보는 학습지를 말려도 끝까지 하겠다고 버틸 정도입니다. 자기 이름도 못 쓰던 아이가 이제는 문장 단위의 글도 척척 써냅니다. 그동안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옷 골라 입기’ ‘학교가기’ ‘놀이공원 가기’ 등 승리의 하루하루는 새로운 체험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치우우식증 등의 치과 질환과 늦은 교정으로 인한 시력 감퇴는 앞으로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심리치료도 앞으로 1년 이상 병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승리의 가정에서는 “아이를 돌려 달라”며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승리는 지금껏 받아왔던 치료를 모두 뒤로한 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승리에게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여기 있는 게 더 즐거워요.. 학교에 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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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공간에서는 승리처럼 학대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과 근접한 생활환경을 마련하여 일관성 있는 양육과 교육 및 치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학대 속에 자란 쌍둥이 형제 철이와 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빠는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아이들을 학교에조차 보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이들은 경천공간에 머물며 분노폭발장애를 비롯한, ADHD, 틱 장애, 우울 장애 등의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더 이상 나쁜 기억 속에 고통 받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3374?p=p&s=rsch


– 경천공간이란…?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위기아동 그룹홈(공동생활가정) 기관입니다. 가정 경제의 곤란, 가정 해체 등으로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하거나 원가정에서 생활이 불가능한 자녀들 중 영아부터 만 18세까지의 청소년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현재 7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시설장외 2명의 생활보육사 선생님들이 함께합니다.

글/박혜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사진·자료/경천공간 http://happylog.naver.com/gyeongche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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