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망우본동 맛솜씨길에 ‘착한거리’가 떴습니다

‘굿 스트리트’ 떴다

미상_그래픽_착한카드_굿스트리트_2011‘먹자골목’처럼 거리의 ‘정체성’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단어는 없다. 골목 어디에서라도 ‘먹자’라고 외치면 어떤 종류의 식당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골목 전체가 식당과 주점으로 들어찬 ‘먹자골목’이 유난히 많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본동의 ‘맛솜씨길’ 역시 먹자골목 중 하나다. 하지만 맛솜씨길은 여느 먹자골목과 다르게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바로 ‘착한거리(Good Street)’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하나SK카드,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 굿네이버스, 한국컴패션, (재)바보의나눔 등 국내의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5곳이 함께하는 착한카드 캠페인이 시작된 지 4개월이 넘었다. 이 캠페인은 신용카드인 ‘착한카드’를 만들면 연회비 5000원이 기부되고,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자동으로 기부돼 전 세계 100만 아동을 도울 수 있는 ‘생활 속 나눔 캠페인’이다.

착한카드 소지자에게 할인이나 선물을 제공하는 ‘착한가게’가 되겠다는 개인 사업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착한가게가 모여 있는 ‘착한거리’ 1호가 탄생했다.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의 맛솜씨길로 이곳에 있는 음식점 24곳과 전자센터, 도배점, 가구점 등 총 27곳으로 구성됐다.

그래픽= 신용선 기자 ysshin@chosun.com, 최정윤
그래픽= 신용선 기자 ysshin@chosun.com, 최정윤

‘착한거리’를 찾은 지난 7일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다. 착한가게 1호인 ‘강릉촌두부’의 대표이자 이번 착한거리 탄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조염형(53)씨는 “날씨가 좋았다면 착한거리 초입에서 다들 만나 거리를 함께 둘러보기로 했는데…”라고 아쉬워하며 상가 번영회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에는 벌써 10여명의 상인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었다.

착한거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 조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남을 돕는 건데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조씨는 착한가게 1호로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한 이후 주변 상인들에게 캠페인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여기에 참여하면 우리 장사 손해 보는 거 아니냐’라며 캠페인에 참여하길 주저했던 사람들도 이내 ‘착한카드’의 진정성을 알게 됐다. 상가 번영회 안한상(59) 회장은 “‘우리가 힘을 보태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착한카드 캠페인을 알게 되고, 그러면 더 많은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말에 다들 동참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10여명의 상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보냈다.

실제로 조씨와 안씨의 소개로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는 지인 3명이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했고, 그 열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 ‘착한거리’가 조성될 수 있었다. 초기에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한 해산물 음식 전문점 ‘갯마을’의 대표 김태문(56)씨는 “유명인은 외국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좋은 일 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큰 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착한카드 소지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착한카드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오케이’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미상_그래픽_착한카드_착한가게_2011또 다른 멤버인 쌈밥 음식점 ‘대관령’의 대표 전경임(58)씨는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을 예전부터 해오던 ‘나눔’ 활동에 한 가지를 더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전씨는 3년 전부터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장학회의 회원으로 매년 10여만원에서 100여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끼니를 제때 못 챙기는 남매를 도운 것은 벌써 5년째다. 전씨는 “도움을 준다는 건 기쁜 일이죠”라며 “여기 참여하시는 분들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맛솜씨길에서 10년 넘게 칼국수와 수제비 전문 음식점을 하고 있는 강봉열(49)씨는 “이렇게 좋은 일 하는 건 처음”이라고 수줍게 말하면서도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착한거리’에 있는 음식점 모두 맛만큼은 자신 있다”라며 착한카드 소지자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착한거리’ 곳곳을 소개하고 30곳 가까이 되는 착한가게를 짚어주는 조염형씨와 안한상씨는 하나같이 “이렇게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지정하고 관리하는 ‘문화의 거리’에 선정된다면 착한카드 캠페인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씨는 맛솜씨길 한쪽에서 시작되는 ‘우림시장’을 가리키면서 “시장 보이시죠? 지금 시장 상인회에도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하라고 말하는 중”이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착한카드 캠페인의 ‘공식 1호 착한거리’인 맛솜씨길의 음식점에서는 착한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테이블당 음료수 한 병을 무료로 제공하고, 음식점 외의 참여 점포에서는 사은품을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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