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춤·음악 어우러진 공연… 日에 희망 메시지 전해

일본 지진피해 재능기부 콘서트

지난달 27일 일요일 오후, 여의도 공원에는 신명나는 길놀이 장단이 울려 퍼졌다. 안동풍물굿패 ‘참 넋’이 장단을 치며 여의도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무대에 오르자,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풍물패를 졸졸 따라와 공원 한편에 마련된 객석에 앉았다. 지진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뭉친 공연 ‘we pray for Japan’을 보기 위해서다. 국악과 재즈, 발레와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이 공연은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축제처럼 2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공연을 기획한 서울발레시어터의 권기원 홍보팀장은 “일본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일본인들의 웃는 모습을 그려서 지진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춤과 음악으로 희망을 전하고 싶어서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늘 저희를 비롯한 모든 출연자들은 출연료 없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공연의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서 만든 자리이니 최고의 공연 아닐까요?”

류정화기자_사진_재능기부_풍물패_2011사회를 맡은 재능기부자 정재환, 전제향씨의 말에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이번 공연은 출연자부터 음향과 무대 장비까지 모두 기부로 꾸며졌다. 서울발레시어터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처음 공연을 제안한 지 이틀 만에 9팀, 5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였다. 야외공연을 잘 하지 않는 현대무용 안상수 픽업그룹부터 안동에서 올라온 안동풍물굿패 참 넋, 싱어송라이터 강허달림, 이미지, 재즈보컬 하이진, 국악 듀오 숨 등이 그 주인공이다. 창작타악그룹 ‘공명’의 박승원씨는 “힘들 때일수록 예술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며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윗옷을 벗고 열연한 마임이스트 이태건씨는 “아직 바람이 찼지만 집과 가족을 잃은 일본인들은 나보다 더 추울 거라는 생각에 공연에만 집중했다”며 “연예인들이 몇 억원씩 기부할 때 괜한 박탈감을 느꼈는데 이번에 첫 재능기부공연을 하니 당당해진 기분이 들었다”며 웃었다. 음향과 무대장비를 섭외한 여훈 제작감독은 “3월은 추워서 야외공연은 잘 안 하는데 급하게 준비한 공연이 이렇게 성사된 것은 기적”이라며 “각 장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무대를 꾸리는 것이 어려웠지만,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일본 지진피해자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회”라고 말했다.

아직 덜 풀린 날씨에도 객석을 지킨 관객들은 일본 대지진의 아픔에 공감하며 공연을 지켜봤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권지연(32)씨는 “무대 뒤 부스에서 일본을 위로하는 희망쪽지도 적고 공연도 봤다”며 “뉴스만 본 다섯 살짜리 우리 아이도 지진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지진을 경험한 일본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지켜본 임옥녀(76) 할머니 내외는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을 많이 위로해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은 “모처럼 문화예술인들이 좋은 뜻으로 한자리에 모였는데 앞으로도 문화예술인들의 재능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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