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비영리단체가 환하게 비춘다… 美 교육 사각지대

‘파트너십온 1기’와 함께한 美 교육혁신 현장

코딩 교육하는 ‘스크립트에드’
html·자바스크립트·CSS 등 37개 고등학교서 코딩 언어 교육

뉴욕 청소년 안전지역 ‘더 도어’
병원·카페 등 5층 건물 내 시설 인종 차별 없이 모든 이용 ‘무료’로

저소득층 인재 키우는’브레이크스루’
성적 상위 10% 선발해 학업 지원, 5년간 4년제 대학 진학률 96%까지

미국은 부자지만, 미국 청소년은 가난하다. 2014년 빈곤 아동 비율은 20%로, 북유럽 복지국가(5% 내외)의 4배가량이다. 한국(10.7%)의 2배에 가깝다. 학업 성취도도 낮다. 15세 청소년 대상 OECD 국제학업성취도 조사에서 미국은 24위로, 30개 나라 중 하위권이다(2006년). 10대 미혼모 출산율도 1000명당 49.8명(200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 미국 청소년 지원 비영리단체들은 이 척박한 현실을 어떻게 돌파하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7월 4일부터 10일까지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1기 프로그램에 선정된 비영리단체 7곳(동녘지역아동센터, 드림터치포올, 성모마음, 세상을품은아이들, 세움, 자오나학교, 해솔직업사관학교)과 함께 현장을 탐방했다. ‘파트너십온’은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기관에 연간 최대 2억원을, 최장 3년까지 지원하는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 방식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사진_스크립트에드_파트너십온_미국 교육 비영리단체_201607
①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코딩 교육을 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스크립트에드(ScriptEd)’에서 해커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②미국 뉴욕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문화센터인 ‘더 도어(the door)’의 모든 이용료는 ‘무료(for free)’이며, 모든 상담 내용은 ‘비밀(confidential)’로 유지된다. 도어의 센터 내부 모습. ③미국의 비영리단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는 저소득층 청소년(가구당 1만달러 소득 이하) 중에서 상위 10% 성적에 해당되는 아이들을 선발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각사 제공

 
◇코딩 교육으로 빈곤 탈출을 돕는다, ‘스크립트에드(ScriptEd)’

“코딩을 배워 웹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이 시대 빈곤에서 탈출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코딩 교육을 하는 비영리단체 ‘스크립트에드(ScriptEd)’ 마우리아(Maurya) 대표의 말이다. 그녀는 “4인 가족의 연간 소득이 3만달러(약 3400만원)라면, 웹 프로그래머 한 명이 배출됐을 때 9만달러(약 1억원)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공학 전공생이었던 마우리아 대표가 2012년, 자원봉사로 방과 후 학교에서 27명에게 코딩을 가르치게 된 게 시작이었다. 2013년 비영리단체를 설립, 지금은 미국 뉴욕의 37개 고등학교, 800여명에게 코딩 교육을 한다. 2015년에는 구글에서 주목할 만한 교육 비영리단체들에 주는 ‘구글 라이즈 어워드(google RISE awards)’ 37곳 중 하나로도 선정됐다.

지난 8일 찾은 스크립트에드는 공장이었던 건물의 차고를 개조해 사무실 겸 교육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우리아 대표는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일주일에 2번, 스크립트에드가 선정한 고등학교로 찾아가 html, 자바스크립트, CSS 등 코딩 언어를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스크립트에드가 지원하는 학교는 무료 급식 비율이 75%가 넘고, 대중교통으로 30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컴퓨터나 노트북 등 코딩 교육을 할 기본적인 시설이 구비돼 있어야 한다. 현재 대기 중인 학교만 50곳이 넘는다.

코딩 교육 열풍에 힘입어, 스크립트에드도 성장세다. 자산 규모는 2013년 1만6000달러에서 2년 만에 74만달러(약 8억원)로 70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모금 규모는 약 150만달러(17억원)가량. 정부 지원은 거의 없고, 로빈후드재단, 슈워브재단 등 비영리재단 기금과 아마존, 이베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의 현물 및 프로보노 활동(Donated Goods and Services)이 전체 모금액의 80%에 달한다. 스크립트에드의 미션은 또 다른 테크놀로지 산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사회적 불평등을 깨는 것이다. 마우리아 대표는 “IT 기업 종사자들을 보면 대부분 백인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히스패닉인 등 다양한 인종에게 교육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스크립트에드의 코딩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36%가 여자이며, 43%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뉴욕 청소년들의 안전 지대, ‘더 도어(the door)’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룸 스트리트(Broome Street). 5층짜리 흰색 건물 외벽에 ‘더 도어(the door)’라고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자 얼굴색이 다양한 학생 몇몇이 입구 계단에 자유롭게 앉아 있었다. ‘더 도어’는 1972년 뉴욕의 방황하는 청소년(14~24세)에게 교육, 예술,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자원봉사 모임에서 시작된 단체다. 포드 재단과 기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1989년 5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70년대 지저분한 공장 지대로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이곳은 30년 만에 뉴욕의 명품 거리로 유명한 ‘소호(SOHO) 거리’로 탈바꿈했다.

더 도어는 청소년을 위한 멤버십 기반 교육문화센터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교실, 녹음실, 카페테리아, 공연장, 치과 병원 등이 빼곡히 메우고 있다. 4층은 더 도어에서 운영하는 ‘브룸 스트리트 아카데미 차터 스쿨(대안학교 성격의 미국 자율형 공립학교)’이 사용한다. 배일리(Bailey) 프로그램 디렉터는 “5층엔 임대를 주고 있고, 부동산 수익 덕분에 기부금 유치 걱정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프로그램 사업비(program services)로만 약 1341만달러(약 154억원)를 썼다. 이곳을 이용한 청소년 수는 연간 1만명. 직원은 250명이 넘는다. 음악, 미술 등 창의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진학 상담(college advising), 인턴십 연계, 이민자들을 위한 법적 서비스, 임신테스트, 무료 치과 진료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공간이라 인기가 높다. 모든 이용료는 ‘무료’다. 저소득층 청소년만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꼬리표’도 없다. 배일리는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는 ‘안전 지대(safety place)’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업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비영리단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지난 7일 방문한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인 부촌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76번가에 위치한 사립학교 ‘더 타운 스쿨(the town school)’. 이른 아침부터 학교 안은 학생 180여명으로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더 타운 스쿨의 학생들이 아니었다. 뉴욕 비영리단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에서 진행하는 8주간 ‘여름 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었다. ‘브레이크스루’는 저소득층 청소년(가구당 1만달러 소득 이하) 중 성적 상위 10%에 해당되는 아이들을 선발, 학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레아 웡(Rhea wong) 브레이크스루 대표는 “명문대생 700여명이 여름학기 자원봉사자로 지원했고, 64명이 선발됐다”면서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는 것이 ‘훌륭한 인재’라고 여겨질 만큼 명성이 높다”고 했다.

브레이크스루의 최근 5년간 4년제 대학 진학률은 96%다. 미국 전체 평균(52%)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3년 전부터는 10년 장기 학업 지원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중학교부터 대학 졸업까지 자립을 전폭 지원한다는 의미다. 레아 웡 대표는 “부모들을 대신해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좋은 인턴십도 경험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이 덕분에 브레이크스루가 배출한 학생 90%는 집안에서 최초로 대학에 진학했으며, 72%는 생활보호대상자다. 데니스(dennis·14)군은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선생님이 많아 이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레아 윙 대표는 “브레이크스루의 미션은 학업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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