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친환경제품은 안 예쁘다? 그 편견 뒤집었죠”

재생용지·재생용품 가게

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재생용지는 대부분 산업용품을 포장하는 ‘박스’나 신문을 만드는 신문용지 등으로 재활용된다. 하지만 펄프와 섞여 화장지로 다시 태어나거나 A4용지, 수첩, 스케줄러 등 문구용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러 용도로 재탄생한 재생용지 중에서 가장 운이 좋은 것은 다이어리 등 각종 문구용품. 한낱 재생용지가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만나 ‘작품’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재생용지를 이용해 문구류 소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을 만나 재생용지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장단점에 대해서 들어봤다.

 재생용지 문구 제조업체인‘공장’의 박현정 대표(맨 오른쪽)와 직원들이 재생용지로 만든 물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재생용지 문구 제조업체인‘공장’의 박현정 대표(맨 오른쪽)와 직원들이 재생용지로 만든 물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재생용지 문구 제조업체인 ‘공장’의 박현정(31) 대표는 순수미술을 전공했지만 문구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문구류 디자인을 하면서부터 ‘디자인과 환경’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없이 버려지는 종이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환경디자인 대학원에 들어간 것도 그래서였다. 박 대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디자이너의 생각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의식 있는 디자이너가 만든 다이어리나 수첩 등을 소비자가 쓰며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관련 메시지를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재생용지를 쓰거나 친환경 제품 만들기를 주저한다.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친환경 제품 전문업체 ‘에코브릿지’의 이보영(32) 총괄팀장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 팀장은 “‘친환경 제품은 비싸고 안 예쁘다’라는 소비자의 편견만 불식시키면 사업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물건이 예뻐서 샀는데 알고 보니 친환경 상품이더라는 입소문이 나야 하거든요. 예쁜 친환경 제품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조금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사줍니다.”

재생용지를 이용해 수첩·다이어리·스케줄러 등 종이류 문구용품을 10년째 만들어오고 있는 ‘공책디자인그래픽스’의 조수정(36) 디자인 실장도 친환경 제품이나 재생용지의 상품성을 믿고 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 만들어진 종이류 문구용품의 특성상 어릴 때 쓰던 연습장 종이 같은 재생용지는 따뜻한 느낌을 더해줘서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좋았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점은 있다. 조 실장은 “지금은 거의 없지만 처음 재생용지로 다이어리나 수첩을 만들었던 10년 전만 해도 재생용지로 만든 제품들은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수첩 등 문구류를 만드는 종이의 경우 같은 질감이라면 재생용지가 일반용지에 비해 5만원가량 더 비싸다(500장 한 묶음 기준).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어가고 있지만 아직 수요가 적다 보니 생산도 더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디자이너 모두 재생용지 사용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환경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않는 소비와 생산은 결국 인류 전체의 불행을 불러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생각이 “사회 보편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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