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靑年, 더 크게 외치고… 더 높이 뛰어라

강미애 기자의 지면 생중계

유엔 NGO 콘퍼런스 경주 현장 가보니

SDGs 관한 시민학습 방법·발표 등 48개 NGO 단체의 다양한 활동 전시

첫날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유스 코커스’ 대학생들 질문 쏟아내

기업 참여 제한… 정부·언론 관심 아쉬워

‘주인공으로 거듭난 청년(Youth)’, ‘세계 시민 의식과 교육의 심각한 양극화’ 그리고 ‘한국 언론과 기업의 무관심’. 지난달 30일부터 2박 3일간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제 66차 UN NGO 콘퍼런스’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이번 행사에는 무려 100여개국에서 4000여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더나은미래’는 단독으로 3일간 경주에서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①·②콘퍼런스의 주요 프로그램이었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세계 각국의 NGO 리더들과 4000여명의 참석자들 간 SDGs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③개회식과 폐회식에서는 다채로운 우리 문화 행사로 꾸며졌다. ④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세계 젊은이들의 국제문제에 대한 논의 현장을 직접 방문, “내일의 UN 사무총장은 ‘청년’ ”이라고 응원했다. / 유엔 엔지오 컨퍼런스 제공
①·②콘퍼런스의 주요 프로그램이었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세계 각국의 NGO 리더들과 4000여명의 참석자들 간 SDGs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③개회식과 폐회식에서는 다채로운 우리 문화 행사로 꾸며졌다. ④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세계 젊은이들의 국제문제에 대한 논의 현장을 직접 방문, “내일의 UN 사무총장은 ‘청년’ ”이라고 응원했다. / 유엔 엔지오 컨퍼런스 제공

◇청년, 세계 영향 미치는 SDGs 세대 주체로 우뚝 서

“청년이 SDGs 달성의 주역이 돼야 한다. 목소리를 세상에 담아라.”(SDGs란 지난해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합의한 17가지 핵심 목표다.)

콘퍼런스 첫날인 오전 9시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개막식보다 1시간 반 일찍 행사장을 찾아 청년들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국제 문제에 관해 대학생들 간 의견을 교류하는 세션인 ‘유스 코커스(Youth Cacus)’ 참가자들은 반 총장에게 열정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대학이 어떻게 국제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을까” “청년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나”. 유스 코커스는 3일 동안 가장 이른 시간인 오전 8시부터 진행됐음에도 항상 수십 명의 청년이 참여해 한비아 유엔 NGO 콘퍼런스 홍보대사, 아마드 알헨다위 유엔 최초 청년 특사 등과 ‘세계 시민 의식’ ‘청년 중심의 교육 혁신’에 관한 열띤 논의를 펼쳤다.

특히 이번 콘퍼런스를 위해 미국·일본·필리핀 등 세계 각국의 150여명 청년은 자발적으로 ‘유스조직위원회’를 구성, 이 중 30여명의 ‘유스리더’가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청년선언문'(Youth Declaration)’을 발표한 후안 파블로 세리스(Juan Pablo Celis) 청년 대표는 “교육 모델을 수립할 때 청년을 참여시키고 모든 청년에게 교육 정보 접근 기회를 보장해주기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청년들의 선언문은 세계 각국의 이행 합의서인 ‘경주액션플랜’에도 일부 반영됐다. 유스리더 중 한 명인 김경아(22·숙명여대 법학부3)씨는 “전 세계 청년들과 몇 달간 화상 채팅 등으로 콘퍼런스를 준비하며 ‘세계 무대가 멀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MDGs에 머무는 나라 VS. SDGs로 달려가는 나라

이틀간 총 6시간에 걸쳐 진행된 라운드테이블 4곳에서는 개인·국가를 초월해 사회, 환경 등 초국적 관점을 가지는 ‘세계시민(Citizenship)’과 ‘SDGs’에 대해 국가별 극명한 인식 차가 엿보였다.

대표적으로 과학(Science),기술(Technolo 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을 통합해 다각적으로 학습하는 ‘스팀(STEAM) 교육’이 통합적인 인재를 만들고 SDGs 달성을 이끌 것이라는 두 번째 라운드 테이블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가장 주목받은 건 대한민국 모델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교육부와 지난 2011년부터 실시하는 스팀 교육 중 ‘보온병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학생들이 생활 속 단열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재료로 찾은 뒤, 자신만의 보온병을 디자인까지 해보는 방식으로 과학적 흥미와 예술적 감각을 함께 기를 수 있다. 김승환 이사장은 “현재 500개 학교에서 스팀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700여명의 연구 교사가 함께 스팀 교육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우(Ann Woo) 북미 삼성전자 디렉터는 지난 6년간 시행해오고 있는 여학생 방과 후 프로그램 ‘솔브 포 투모로(Solve For Tomorrow)’를 소개했다. 우 디렉터는 “코딩이나 납땜 등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과학과 기술들을 영화 제작이나 디자인에 접목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여전히 교육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실정으로, 교육 평등과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나스린 그로스(Nasrine Gross) 아프가니스탄 여성권리연구센터 대표는 “매주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아이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16~25세 남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자리도 없으면 극단주의 단체에 흡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옴리에 고레이(Omrie Golley) 주한 시에라리온 대사는 “1960년부터 20년 간 내전을 겪은 데다 재작년 에볼라가 창궐하는 바람에 시에라리온은 10년 더 경제적으로 후퇴했다”며 “현재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뿐 SDGs를 달성할 수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혁신 기술 바탕으로 한 NGO 등 다양한 활동 한자리… 언론·정부 자기 관심뿐

12개 개별 공간에서는 3일 간 총 48개 단체가 워크숍을 진행, SDGs에 관한 시민학습 방법, 평화교육, 과학기술 등에 관한 발표들이 진행됐다. 특히 별도로 마련된 전시회 부스에서는 VR을 활용해 인식 개선 하거나, 개도국에서 어디에 가난한 아이들이 있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지 데이터화 할 수 있는 기술 등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활동들에 참가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SDGs 이행에 NGO, 학계, 기업 등 다중적 파트너십이 중요함에도 불구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UN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협의지위(Consultative Status)를 받은 NGO들에게 우선 참여권이 주어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참여가 제한됐다. 이 때문에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듀폰뿐이었고 전시회 부스에는 참여 기업이 전무했다.

또 한 NGO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는 새마을 운동에, 언론은 반기문 총장에 관심을 가질 뿐 다른 나라와 단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세계시민’이라는 콘퍼런스의 주제만 좋았을 뿐, 우리에겐 아직 내재화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