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한국도 ‘물 스트레스 국가’

빗물 모으기 등… 물 부족 대비해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인 스타시티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잔디밭 옆으로는 인공개울도 졸졸 흐른다. 이 잔디밭에 뿌려지는 물과 개울물은 이 지역에 내린 빗물을 모은 것이다. 빗물을 수집해 주변경관을 꾸미는 데 재활용한 셈이다.

스타시티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일단 지하 4층에 있는 넓이 1500제곱미터, 높이 2미터의 빗물탱크에 모인다. 이 빗물은 일상적인 건물 관리용수뿐만 아니라 화재 시 비상용수로도 쓰인다. 이 장치는 소방차 100대분의 물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시티를 관리하는 우리관리 김윤만 사장은 “스타시티는 전체 물 이용량 중 5분의 1을 빗물탱크로 조달해 연간 3200만원을 아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빗물탱크 덕분에 이 지역의 홍수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빗물탱크가 생긴 후로는 상습침수구역이었던 자양동에 홍수가 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채승우 기자
채승우 기자

작년 6월에 통과된 ‘물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빗물이 떨어지는 면적이 1000제곱미터 이상인 공공청사에는 이런 빗물수집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환경부 양창주 사무관은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현재까지의 물 재이용률은 10.9%에 불과하지만, 2020년까지 재이용률을 31.1%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물도 재이용하는 시대가 왔다. 한국은 물이 그리 풍부한 나라가 아니다.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높지만 전체 강우량의 3분의 2가 여름에 몰려 있고 산지가 많아, 비가 금방 강으로 바다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빗물 총량의 27% 정도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유엔(UN)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한국을 꽤 높은 수준의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전체 물 사용량의 36%를 하천에서 끌어다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천에서 끌어다 쓰는 물의 양이 40%를 넘으면 하천의 자정작용이 어려워져 환경뿐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수자원공사_그래픽_물스트레스_하천취수율_2011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물을 재이용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30년간 홍수가 일어날 위험성은 2.7배, 가뭄이 일어나는 주기는 3.4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 공급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 연구실장 이동률 박사는 “현재도 매년 11월부터 5개월여에 걸친 갈수기(비가 적게 내리는 기간)가 되면 74개 시·군에 사는 30만명이 제한 급수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며 “수도권과 대도시에는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산지나 소규모 도시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비해 물 부족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 재이용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한무영 교수는 지역 거점에 빗물수집장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흔히 ‘산성비’라고 말하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땅에 닿는 순간 중화돼서 깨끗해지기 때문에 빗물을 쓰는 것이 댐에 한참 고여 있다가 낡은 수도관을 통해 공급되는 물을 쓰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처장은 하수를 재이용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염 사무처장은 “우리가 쓴 물의 70% 정도는 이미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깨끗하게 처리한 후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는데, 꼭 깨끗한 물이 아니어도 괜찮은 화장실 물이나 도로청소용수, 정원수로 쓰면 훨씬 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 사무처장은 “한국에서 물이 부족한 지역은 농촌 산간 지방이나 도서 지방인데 이런 곳은 물그릇을 키우고 댐을 더 만드는 물 ‘공급’ 정책이 아니라 물을 재이용하는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