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최주연디자이너_캐리커처_그래픽_박란희_편집장사진_2016지난해였나. 한 사회복지기관 팀장과 저녁을 먹다가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직을 4대째 세습하려고 해서,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다. 초대 회장은 희생과 열정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이후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을 독차지하는 ‘복지사업’이 된 경우도 많다.

‘공익(公益)’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사익(私益)’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기부금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명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친인척 명의 빌딩에서 대관료, 임대료, 식음료비 등을 받아 잇속을 챙기기도 하고, 외부 거래처와 짜고 물품 비용을 부풀린 후 차익을 되돌려받는다. 조직 구성원의 내부 고발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사회의 ‘비영리 영역’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 혹은 직업 영역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좋은 일 하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겠다’ 혹은 ‘남의 돈 기부받아, 아무렇게나 쓰는 거 아냐’ 하는 이분법적 인식만 존재한다.

단적인 사례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는 나라다. 선진국에선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법인 설립 이후에 기부금을 투명하게 잘 썼는지를 규제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국세청으로부터 면세 혜택이 박탈된 비영리법인이 30만개에 달한다. 자정 작용 없고, 외부 감시도 없는 이 비영리 생태계에선, 진짜 선의(善義)를 갖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가짜’는 가고,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를 오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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