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공익, 직업의 세계] 韓 전자정부 체계를 개도국에… “UN의 일원으로서 자부심 느껴”②

공익, 직업의 세계 ② 유엔거버넌스센터 한국 직원 3인

“세계 각국의 장차관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국제기구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죠.”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유엔(UN) 산하기관은 어디일까? ‘유엔거버넌스센터(UN Project Office on Governance·UNPOG)’는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전 세계 유엔 회원국에 전파하기 위해 2006년 처음 설립됐다. UNPOG의 한국인 직원 김진아(32) 홍보팀장, 서예진(29) 운영지원팀장, 윤창록(38) 역량개발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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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피지에서 개최된 ‘남태평양 SIDS(군소도서개발도상국) 전자정부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한 윤창록 팀장과 서예진 팀장(가운데). / UNPOG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지난해 11월 피지에서 개최된 ‘남태평양 SIDS(군소도서개발도상국) 전자정부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한 윤창록 팀장과 서예진 팀장(가운데). / UNPOG 제공
―각자 맡은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윤창록 역량개발팀장(이하 윤): UNP OG의 주 업무는 전자정부 정책 및 전략을 교육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것이다. 각 국가의 행정 시스템은 공무원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서로 필요한 사람을 연결시켜주기도한다. 일명 ‘브리지 빌더(Bridge Builder)’다.

김진아 홍보팀장(이하 김): 홍보팀 업무는 민간 기업 홍보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출판해 홍보하기도 한다. 외부 조직과의 소통도 홍보팀에서 담당한다.

서예진 운영지원팀장(이하 서): 유엔 산하 기구는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뉴욕 본부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때 UNP OG와 뉴욕본부 간 사업 이행에 필요한 각종 협의를 담당한다.

―업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

윤: ‘유엔에 들어가려면 5개 국어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스페인어 실력을 열심히 쌓았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보니 영어가 가장 중요했다. 미국 대학원에서 공공행정학까지 공부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난이도다. 우리끼리는 ‘유엔 영어’라고 하는데, 어휘가 어려운 것을 넘어 외교적인 표현이 많다.

서: 뉴욕과 소통할 업무가 많다 보니 자정 무렵 전화나 메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국왕 생일이나 종교 기념일 등 협업 조직이 있는 국가마다 휴일도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모든 유엔 기구들은 총회를 통해 열흘을 미리 정해놓고 그 날만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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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

서: UNPOG는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하는 조직이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행정가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워크숍을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주도할 수 있다. 업무 파트너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나 장차관급 인사들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무척 크다.

김: UNPOG와 ESCAP(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는 2년째 전자정부를 통한 여성 권익의 향상에 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방콕에서 프로젝트 경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인도의 한 여성 NGO 대표가 ‘우리가 생각만 했던 것을 드디어 유엔이 하는군요’라며 고마워했다. 밖에서 보는 유엔은 의사 결정에 더딘 조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직 유엔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다.

―국제기구지만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입사 절차가 어떤가.

윤: UNPOG 채용 시스템은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하나는 행정자치부가 고용한 직원이 유엔과 컨설턴트 계약을 맺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 본부가 직접 채용하는 형태다. 나는 행정자치부를 통해 입사했다. 서류와 필기시험, 면접을 거쳤고 유엔과 추가 인터뷰가 있었다. 필기시험에서는 공공행정 관련 영어 지문 번역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논술을 봤다.

서: 유엔 본부를 거쳐 입사할 경우, 행정자치부를 통해 입사한 직원과 직위는 다르지 않지만 채용 절차는 조금 다르다. 먼저 유엔에 지원서를 제출한 후 적격성검사를 본다. 시험지는 뉴욕 본부에서 한국으로 밀봉해 보낸다.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UNPOG 원장님, 본부 직원과 면접을 진행한다. 신원 조회 절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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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OG 입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윤: 가끔 유엔 기구들끼리 모여서 대학에 설명회를 가곤 하는데 가장 많이 묻는 게 영어와 전공에 대한 질문이다. 유엔에서는 어떤 전공이든 필요에 따라 쓰일 수 있으니 스스로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 회원국들이 지불하는 유엔 분담금이 줄어들면서 본부 직원도 감축하는 추세다. 엔트리로 들어오는 게 쉽지는 않다. 처음부터 ‘나는 오직 유엔뿐이야’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풀타임으로 2년 이상 현업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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