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사고 후 지체장애 판정… 봉사하면서 마음이 더 건강해졌죠”

경희대 정영현씨 3년째 월드비전 자원봉사

정영현씨(오른쪽)는 경희대 교직원이었던 장진민씨(왼쪽) 덕분에 월드비전 편지번역 봉사를 알게 됐고, 더 큰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정영현씨(오른쪽)는 경희대 교직원이었던 장진민씨(왼쪽) 덕분에 월드비전 편지번역 봉사를 알게 됐고, 더 큰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정신적으로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자원봉사가 저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죠.”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경희대 경영학과 정영현(25)씨는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새하얀 피부에 검은 테 안경을 쓴 정씨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지체장애 1급이라고 했다.

정씨가 장애를 갖게 된 것은 2006년 1월, 수능을 치고 나서 대입 논술고사를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목이 부러져 목 아래로 몸이 마비됐고, 눈을 다쳐 시야까지 좁아졌다. 그나마 양팔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느라 대입논술은 포기해야 했다. 정씨는 그 후 1년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스무 살의 봄은 병원에서 맞았다. 주먹을 쥐지 못하는 손으로는 실험도 할 수 없어 ‘신약개발연구원’이 되겠다던 꿈도 접었다.

“사고 후 ‘죽고 싶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옆에서 계속 우는 엄마와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왕 살 거면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때부터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됐고요.”

정씨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2008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9학년도에 경희대 교정을 밟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 그는 무엇보다 자원봉사에 열심이었다. 정씨는 올해로 3년째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에서 편지번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후원 아동들이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를 번역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다 보면 저까지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아이들이 ‘후원자님 덕분에 꿈을 갖게 됐고, 공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하면 저도 막 기분이 좋아져요.”

정씨는 편지번역 자원봉사 이외에도 교내외에서 다채로운 자원봉사를 해왔다. 일단 자신이 입원했던 국립재활원에서 알게 된 소아병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및 과외를 했다. 경희대 재학생들로 이뤄진 자원봉사단체인 경희봉사단에도 가입했다. 다른 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교내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이 살면서 받아온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주고 있다.

“예전에 병원에 있을 때 자원봉사자 분에게 활동보조를 받았어요. 자원봉사는 도움을 받는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 양쪽의 마음을 다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정씨는 “월드비전 편지번역 자원봉사를 하면서 국제관계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며 “무슨 일을 하든지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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