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구매로 바로 이어지는 기부… 오래가는 비결은?

국내 코즈마케팅 진단
CJ제일제당 ‘미네워터 바코드롭’ 편의점 결별 후 지지부진
아모레퍼시픽·삼성물산 구호10년 넘게 코즈마케팅 이어와
모닝글로리 ‘독도 시리즈’ 수익금 절반 기부
기업만의 장기 전략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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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에서는 매년 헤라의 ‘핑크리본 스페셜 에디션’ 제품과 함께 프리메라의 ‘알파인 베리워터리 크림 리미티드 에디션’의 판매 수익 일부도 기부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 제공

물방울(DROP·드롭) 모양의 기부용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소비자 가격에 100원이 덧붙어 기부할 수 있었던 CJ제일제당의 ‘미네워터’. 여기에 CJ제일제당과 유통사 BGF리테일이 100원씩을 더해 생수 한 병당 총 300원을 기부하는 방식은 2012년 출시 후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혁신적인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 사례로도 각광받았다. 코즈마케팅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제품 판매와 기부를 연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4년 뒤인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황. 기부액도 2013년 1억3200여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제자리걸음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부 형태가 간편한 바코드 인식에서 소비자가 직접 찍어야 하는 QR코드로 번거로워졌기 때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BGF리테일과 협약한 캠페인 기간이 2013년 만료하면서 더 이상 바코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인 BGF리테일의 전국 편의점(CU)에서 판매되던 생수가 하나 둘 진열이 철수되며 소비자와 접점도 줄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애초부터 BGF리테일과 논의한 기간이 1~2년 정도에 불과했다”며 “미네워터를 통한 기부는 계속되겠지만, 처음만큼 원동력을 잃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장기적 체계 없어 흔들리는 ‘코즈마케팅’

2010년 이후 국내에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논의가 커지면서, 더불어 ‘착한 소비’로 화제를 모았던 코즈마케팅의 최근 흐름은 어떨까. ‘더나은미래’ 조사 결과, 2000년대부터 올해 5월까지 코즈마케팅 시행을 언론에 크게 보도한 31개 기업 중 13개 기업(42%)이 1~2년간 반짝 운영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청정원은 2012년 주상품인 순창고추장의 판매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기 시작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관계자는 “한시적 활동이었고 현재는 다른 상품으로 기부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2년째 ‘러브이즈베터(Love is Better)’ 마크가 붙은 상품을 고객이 구매하면 백화점과 해당 제품 협력사가 매출액의 1%씩 기부하는 ‘착한쇼핑 사랑나눔’ 캠페인을 진행 중이지만, 관계자는 “주로 연말 이벤트로 진행돼 올해도 운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우철 공익마케팅협동조합 PUB23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코즈마케팅을 통해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보다, 당장의 매출 성과나 화제성에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며 “코즈마케팅이 CSR팀이나 브랜드전략팀이 아닌,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이뤄지는 게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장수 코즈마케팅 기업 CSR과 한 방향 운영

반면, 지속적으로 코즈마케팅을 해오며 기업의 이미지와 함께 매출 상승까지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는 곳들도 있다. 삼성물산의 구호(KUHO)와 아모레퍼시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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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브랜드 구호(KUHO)의 ‘하트포아이’ 캠페인에는 올해 배우 이영애와 쌍둥이 자녀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 구호 제공

삼성물산은 2003년 개인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브랜드를 인수한 후 CSR 방향성에 대한 내부 합의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한다. 올해까지 13회째 진행하는 ‘하트포아이’ 캠페인은 시각장애 인식 제고를 위한 대표적 캠페인이다. 티셔츠·가방·신발 등에 하트 디자인을 넣은 제품을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 시각장애아동의 개안 수술비로 사용한다. 매년 패션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션·정혜영 부부, 가수 이효리, 올해엔 배우 이영애 등 유명 인사들이 재능을 기부해 소비자의 관심을 이끈다. 덕분에 한 달 동안 평균 5000명가량의 고객이 구매, 올해는 물량을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287명의 환아가 개안수술을 받아 눈을 뜰 수 있게 됐다. 박지나 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팀장은 “10년가량 하다 보니 캠페인 제품을 모으는 마니아층도 생겼다”며 “고객은 물론 직원들도 ‘5월은 하트포아이 하는 달’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기업문화가 되고 있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매년 ‘핑크리본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출시, 판매액의 일부를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오래 유지되는 비결은 회사 전체의 CSR 기조인 ‘유방암 인식개선’과 한 방향을 이룬 덕분에 내부 협조와 투자가 원활했던 것. 매해 핑크리본 에디션 제품을 개발하는 ‘헤라’의 박영진 브랜드매니저(BM) 팀장은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방암 환우들도 생기 있게 보이는 화장품을 만들어 특정 기간에 판매한다”며 “매년 신제품 기획에 관련 구성원 전체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이해관계자 니즈 반영한 코즈마케팅 적극 펼쳐 나가

이제 코즈마케팅은 중소기업들에도 번지고 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한 중소기업에서는 특히 코즈마케팅에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녹여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추세다.

30년간 대한민국 대표 문구회사로 자리매김해온 ‘모닝글로리’의 ‘독도시리즈’도 그중 한 곳. 지우개, 연필, 공책에 독도 사진과 디자인 문구를 결합해 2013년부터 출시, 수익금의 50%를 독도사랑운동본부에 기부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노트 디자인은 매년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을 직접 실시해 아이들의 선호도에 맞는 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3년간 독도지우개만 215만개, 독도연필은 135만자루 판매됐다. 장현국 모닝글로리 홍보팀 과장은 “독도지우개는 첫 출시 후 3개월 만에 1차 입고분이 모두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도 소개됐던 수제 피자 브랜드 ‘피자알볼로’도 2013년부터 대표 메뉴인 ‘어깨피자’ 1판당 100원을 적립해 배달업 종사자들의 치료비와 장학금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 지금까지 장학금과 치료비 지원을 받은 이는 115명가량에 이른다. 기금 사용 후에는 즉각 보도자료와 SNS를 통해 수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김인섭 피자알볼로 마케팅팀 과장은 “반응이 좋아 3년 새 6개 피자 메뉴에 코즈마케팅을 접목, 확대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홈페이지에 월 단위로 적립금을 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인식이 강해지면서, 기업의 진정성 있는 코즈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기룡 플랜엠 대표는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처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에 대해, 우리 회사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들의 코즈마케팅 사례와 현황

기업명

캠페인 내용

진행 현황

에스티로더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10월 ‘핑크리본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유방암 연구재단에 기부

2001년~현재

아모레퍼시픽

유방암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핑크리본 캠페인’ 진행. 캠페인 기간에 스페셜 에디션’ 제품 출시, 판매액의 3% 유방암 재단에 기부

2005년~현재

더바디샵

한국 포함 전세계 63개국 ‘아동, 청소년 인권보호 캠페인’진행. 캠페인 제품 수익금 전액 아동 관련 NGO에 기부

2009년~현재

모닝글로리

독도 사진과 디자인 문구를 담은 문구용품 판매. 수익금의 50% 독도사랑운동본부에 기부

2013년~현재

삼성물산,구호(KUHO)

시각장애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패션 소품에 하트 디자인을 넣은 제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 시각장애아동의 개안수술비로 사용

2006년~현재

유니클로

매장에서 회수된 옷을 빈민국에 기증하는 ‘리사이클 캠페인’ 진행

2011년~현재

피자알볼로

피자 1판 판매 시 100원 적립. 배달업종사자들의 치료비와 장학금으로 사용하는 ‘어깨피자’ 캠페인이 대표적.

2013년~현재

도미노피자

‘희망나눔세트’판매 당 600원 적립. 환아 치료비와 소아질환 연구에 지원

2005년~현재

CJ제일제당

‘미네워터’ 제품에 부착된 기부용 바코드를 찍으면 100원 기부. CJ제일제당과 유통사 BGF리테일이 100원씩 매칭해 총 300원이 유니세프에 기부

2012년~현재

CJ푸드빌

-‘착한빵’ 스티커가 붙은 제품 2개 판매 당  빵 1개를 복지 시설에 기부

-빕스 ‘러브스테이크 캠페인’ 빕스 스테이크 주문시 수익금 1%를 CJ도너스캠프에 기부

-2014년~현재

-2013년~2014년

교촌치킨

원자재 출고량 1kg당 20원 적립. 사회공헌기금 조성

2014년~ 올해 1월

청정원

순창고추장 판매 수익금의 2%를 청소년지원단체 ‘푸른나무청예단’에 기부

2012년  6월~ 2012년 11월

현대백화점

연말 파워세일 기간에 ‘착한쇼핑 사랑나눔’ 캠페인 진행. ‘러브이즈베터(Love is Better) 마크가 붙은 상품 판매 시 백화점과 해당 제품 협력사가 매출액의 1%씩 총 2% 기부

2014년 ~2015년

(올해는 미정)

하나은행

통장, 적금, 체크카드 3종 중 하나 가입하면 100원이 (재)바보의 나눔에 기부. 적금은 이자 수익을 기부하는 고객에게 0.5%, 장기기증 신청시 0.5% 추가 이자 제공

2011년~현재

우리은행

‘우리함께 행복나눔 통장, 적금, 카드’ 출시. 이자와 카드포인트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

2014년~현재

국민은행

‘통일기원적금’시작. 만기 이자의 1%를 대북 지원 사업, 통익 단체 기부금으로 출연

2014년~현재

G마켓

판매자가 등록한 후원상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이 후원금으로 적립. G마켓은 후원상품을 등록한 판매자에게 수수료 면제 등 혜택 제공하고 쌓인 적립금은 NGO단체에 기부

2005년~현재

옥션

상품 판매 수익금 중 일정 금액을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바이굿스토어’ 프로그램 진행

2012년~현재

SK플래닛

온열매트 100장 판매될 때마다 1장을 복지시설에 기부

2014년~2015년

티몬

매달 1건씩 기부딜 진행. 판매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기부

2010년~현재

위메프

애완용품 카테고리 전 제품에 대한 수익금의 1%를 유기견 센터에 기부

2014년~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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