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게임으로 뜬 남자, 공익에 눈뜨다…대도서관 인터뷰

120만 유튜브 구독자 확보한 ‘1인 창작자’ 대도서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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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약속을 지킬 수 있을 때 시작하면 좋겠어요.” 대도서관은 2년 전부터 네팔 아동과 결연을 맺고 시청자들과 변화하는 아이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1인 콘텐츠 창작자 ‘퓨디파이(PewDiePie)’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가졌다. 4300만명이 그가 유튜브에 올리는 게임 관련 콘텐츠를 본다. 지난 2013년 그는 1000만 구독자 달성을 기념해 아프리카 르완다에 상수시설을 짓는 기부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했다. 그가 오염된 물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 한 2분22초짜리 동영상 한 편은 무려 1만5000명 이상의 기부를 이끌어냈고, 44만6000달러(약 5억1200만원)을 모금했다. 2014년에는 크라우드펀딩 기부 프로젝트를 개설, 세이브더칠드런에 34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가 자신의 구독자들과 함께 자선단체에 기부한 돈은 100만달러(11억원)가 넘는다.

국내에는 이런 사례가 없을까. ‘게임 대신해 주는 남자’로 유명세를 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38·사진)’은 1인 창작자의 사회 가치 창출을 고민하고 있다.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21만명, 누적 조회 수 5억건을 기록한 그는 연예인의 전유물이던 공익캠페인에 출연하고, 1인 창작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재능기부 강연에 나선다.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출연한 ‘대한민국 1교시’는 전국 5000개 초등학교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그를 만나 ‘1인 창작자와 공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예방접종을 장려하는 공익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면서 500만원을 기부했는데 경위가 궁금하다.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제안으로 제작하게 됐다. 나와 같은 1인 창작자이자 아내인 ‘윰댕(본명 이유미)’도 취지를 듣고 함께 할 뜻을 보였다. 단순히 예방접종을 홍보하는 콘셉트였는데, 기왕 좋은 일 하는 것 한 걸음 더 나가보자는 차원에서 해당 동영상이 조회 수 5만을 넘으면 다문화가정 어린이 예방접종을 위해 5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공약했다. 처음 해본 기획이었는데 구독자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번에는 기부처를 정할 때 MCN회사(1인 창작자의 법무, 광고업무 등을 돕는 대행사)인 ‘다이아TV’의 도움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구독자·시청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공익 영상을 더 많이 기획해 경험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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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서관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 공익 캠페인. 성인 예방접종 / 대도서관 유튜브 채널 캡처

 

―복지부 캠페인 외에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약물오남용 예방 캠페인 등 여러 공익광고에 참여했다.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의 연예인이나 아나운서가 출연을 전담하던 공익 캠페인에서 1인 창작자가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난해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가 10대 청소년 1500명을 상대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명 중 6명이 1인 창작자였다. 대중이 느끼는 거리감이 연예인에 비해 훨씬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영향력도 높은 것 같다. 시청자, 구독자와 소통하며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기획력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까지 공익 캠페인에 단순히 출연만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직접 기획에 참여했고 어떻게 하면 보다 재밌게, 인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콘텐츠에 녹였다. 연예인이 아닌 1인 창작자가 공익 캠페인에 나온다는 것은 출연을 넘어, 그들의 기획력을 함께 필요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퓨디파이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긍정적인 곳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1인 창작자도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콘텐츠 제작이나 인터넷 방송을 직업으로 삼을 만큼 수입이 안정된 창작자들이 미국처럼 많지 않다. 창작자 대부분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다 보니 직업인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을 먹더라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 하기에는 여력이 없어서 실행을 못하기도 한다.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 줄 교육과 1인 창작자의 공익 활동을 도와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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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복용 금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 /대도서관 유튜브 채널 캡쳐

―1인 창작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BJ(Broadcast Jockey)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이 대도서관의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방송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기 BJ 대부분이 선정적인 콘텐츠에 주력했었다. 인터넷 방송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저 정도는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자연히 그런 콘셉트의 방송도 늘어갔다. 좋은 콘텐츠로 그런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다. 게임을 한판 하더라도 그냥 욕하면서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나만의 설정을 붙여서 연기를 했다. 방송을 시작하고 1시간 정도는 시청자들과 수다를 떨었다. 동네 형·오빠처럼 고민을 들어주면서 내 생각을 공유했다. 이런 부분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난해 말 본인과 아내가 소속된 독립 콘텐츠 회사 ‘엉클대도’를 설립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1인 창작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컴퓨터 장비와 기획력뿐이다. 사무실이 없어도 되고, 앉아서도 할 수 있다. 웅크렸던 자신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한 도구이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다. 기회가 된다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경력 단절 여성이나 주부들, 장애인을 위한 1인 창작자 교육을 진행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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