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책 한권→소파→고급 시계… 한 청년의 꿈을 위한 물물교환

한국판 ‘빨간 클립 프로젝트’
종이클립 하나로 집 한 채 교환한
캐나다 청년 사례 벤치마킹
비영리 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
청년들 소통 공간 만들고파

 
빨간 클립 하나를 집 한 채로 교환할 수 있을까. 10년 전,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캐나다 청년 카일 맥도널드(당시 26세)는 ‘빨간색 종이클립 하나(one red paperclip)’를 단계적으로 물물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빨간 클립은 1년 동안 총 14번의 거래를 거쳐 펜, 문 손잡이, 발전기, 소형 밴을 거쳐 침실이 3개 달린 아파트 1년 임대권으로 교환됐다. 이 프로젝트는 블로그를 통해 연재되며, 전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말, 대한민국의 스물아홉 청년 강주원씨는 한국판 ‘빨간 클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만5000원가량의 책 한 권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15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로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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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을 이끌고 있는 강주원(왼쪽에서 네 번째)씨와 멤버들 / 꿈톡 제공
 
“한 권의 책으로 청년들의 소통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강주원씨가 ‘빨간 클립 프로젝트’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강씨는 한 공공기관에서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삶은 누구보다도 역동적이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꿈톡에서는 한 달에 두 번 비정기적으로 토크쇼를 연다. 유명인의 강연은 없다. 10년 넘게 단역 배우로만 살아온 청년, 타투이스트(문신을 새겨주는 사람),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하는 예비 뮤지션 등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연사로 나선다. 2014년 5월, 청년 4명의 수다로 시작된 꿈톡은 벌써 35회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강씨가 만난 청년들만 2500명이 넘는다.

현재 ‘꿈톡’의 모임은 모두 무료다. 문턱 낮은 청년들의 ‘상담소’를 만들고 싶기 때문. 강씨를 비롯해 꿈톡을 운영하는 멤버 8명이 모두 직장인이기에 가능하다. 이들은 시간과 돈과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꿈톡’ 토크쇼가 열리는 강남의 한 카페도 사장님의 배려로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 강씨는 “돈을 모아서 공간을 마련하자니 10년이 넘게 걸릴 것 같았다”면서 “청년다운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도전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저도 20대 중반까지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친구들과 고전을 읽으면서 ‘나답게 살아야겠다’고 어렴풋이 결론은 났지만, 확실하진 않았어요. 제 또래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위즈돔에다 ‘꿈다방’이란 모임을 개설하고,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에 해봤는데, 사람들이 오더라고요.”

취업, 진로, 연애, 가정 문제까지. 청년들은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위안이 됐고, 다시 일어설 힘이 됐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청년들의 소통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첫 물품은 꿈톡의 청년 연사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우리는 부끄러운 청춘으로 살 수 없다(1만3500원)’.  꿈톡 블로그에 물물교환을 할 물품을 알리고, 메일로 교환하고 싶은 물건 목록을 받는다. 이 중에서 꿈톡 멤버들과 회의를 거쳐, 교환할 물품을 정한다. 꿈톡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스크래치 엽서, 독일제 찻잔 세트, 디퓨저 세트, 그림 작품 2점, 소파, 중고 첼로, 고프로 액션캠, 해밀턴 재즈마스터 시계까지 물물교환이 진행됐다. 1만원이 조금 넘는 책이 8번의 거래 만에 150만원 상당의 시계로 교환된 것. 무려 150배로 가치가 뛰었다. 지난달 말에는 가수 션과 컬투 정찬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기부스’에도 출연, 꿈톡의 ‘빨간 클립 프로젝트’를 홍보하기도 했다.

사진_꿈톡_빨간클립_201604

 

“사실 션이나 정찬우씨가 빨간 클립 프로젝트에 동참하길 바라면서 출연한 것도 있어요(웃음). 굳이 유형의 물건이 아니어도 되거든요. 션이 신고 달렸던 러닝화와 션과의 아침 조깅? 팬 입장에서는 엄청난 가치거든요. 그런데 션이 방송 중에 갑자기 꿈톡에 먼저 나와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는 30일에 션과 함께하는 ‘기부톡’이라는 행사를 기획해서 열어요. 이번에는 입장료를 내되, 전액을 기부하는 형태로요. 이렇게 유명인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면, 저희의 꿈이 이뤄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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