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사회공헌 홈페이지 ‘붐’ 이후 6년… 엇갈린 明暗

신한카드 기부 플랫폼 ‘아름인’… 고객 기부금으로 도서관 개관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유어…’ 꾸준한 참여형 이벤트로 소통
포스코 포털 ‘포스코러브’… 이용 단계 줄여 고객 이탈율 낮춰

활발히 운영되는 ‘기업 사회공헌 포털’은 고객과 기업 및 사내 직원들의 ‘나눔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활발히 운영되는 ‘기업 사회공헌 포털’은 고객과 기업 및 사내 직원들의 ‘나눔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중랑구 파란나라지역아동센터엔 책 1000권과 함께 아늑한 도서관 하나가 만들어졌다. 일명, ‘아름인 도서관’. 개관 비용을 댄 건 신한카드 고객들이다. 2014년 4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고객 660여명이 낸 기부금 1500만원으로 지어진 것.

신한카드 고객들이 이처럼 기부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사회공헌 포털사이트 ‘아름인(www.arumin.co.kr )’ 덕분이다. 2005년, 금융업계 최초로 시작된 신한카드 사회공헌 포털은 고객이 참여하는 기부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광태 따뜻한 금융추진팀 부부장은 “당시 포인트가 기부되는 ‘신한 아름다운 카드’가 생기면서 고객들이 다양한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포털을 개설했다”며 “10년을 넘기다 보니 충성도 높은 분이 많아져,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나 아이티 지진 같은 사회적 이슈가 있으면 고객들이 먼저 기부를 제안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름인에 소개된 기부처는 지난해까지 171개에 이른다. 재작년부터 신용카드, 체크카드는 물론 신한카드 앱(안드로이드용), 콜센터로도 기부가 가능하도록 해 전 연령대가 기부 참여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장광태 부부장은 “이용이 편리해진 후 포털에서 5~6개 단체를 기부하는 분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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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참여형 사회공헌 홈페이지 활발

2010년 전후 ‘붐’을 이뤘던 고객 참여형 기업 사회공헌 홈페이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꾸준한 고객 관리와 기술 투자를 통해 ‘팬층’을 확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 기업은 관리가 안 돼 방치되거나 고객 유입이 적어 폐쇄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카드는 최근 기업 사회공헌 홈페이지 ‘열린나눔(www.samsungcard.com/openshare )’ 을 모바일에서 최적화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개선했다. 기술 개발, 디자인 등을 위해 4개 팀이 총동원, 태스크포스까지 꾸려졌다.

삼성카드가 기업 사회공헌 포털을 개설한 건 2013년부터. 특히 회사 임직원들 월급 0.5%와 회사 매칭 기부금을 합쳐 총 7억원의 재원으로,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에 올린 나눔 아이디어에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해 인기가 높다. 전문가와 직원, 고객 심사단이 1차 평가한 후 2단계 국민투표를 통해 분기별로 7곳을 선정하는 형태다. 김선이 삼성카드 사회봉사단 차장은 “이번에는 창립 28주년을 맞아서 추가로 30개의 나눔 아이디어를 지원하는데, 벌써 1만6000명이 투표를 했다”며 “최근 모바일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고객들로부터 모바일에서도 포털 이용을 최적화해달라는 문의가 높아 개발했는데, 이번 투표 중 6000건가량이 모바일로 이뤄졌을 만큼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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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최소화’, ‘빠른 응답’… 포털은 ‘속도전’ 중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사회공헌 포털 ‘메이크업유어라이프(makeupyourlife.amorepacific.com)’는 2013년 4월 오픈한 이후 누적 방문자가 무려 146만명을 넘었다. 외부 방문자 비율이 94%다.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등 각종 참여형 캠페인에 이어 방문자 150만명 축하 이벤트 등 끊임없이 고객들과 소통하는 게 인기 비결.

특히 고객이 포털을 통해 회사에 후원을 요청하는 ‘도와주세요’ 코너는 일주일에 2~3건씩 올라온다. 김태우 아모레퍼시픽그룹 CSR팀 부장은 “2~3일 내에 답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제안이 홈페이지에 올라오면 사회공헌팀 담당자 10인과 기업 내 자원봉사 활동 담당자 30명에게 메일이 즉시 전달돼 빠르게 정보 공유와 활동 기획이 이뤄지도록 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도와주세요’ 코너에 지원을 요청할 때, ‘물품 후원’, ‘재능 기부’ 등 세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분류할 예정이다.

포스코 사회공헌 포털 ‘포스코러브(www.poscolove.com )’는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지난해엔 기존 포털 내용 가운데 ‘포스코청암재단’ 항목을 빼 별도 홈페이지를 만든 데 이어, 오는 5월엔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도 개별 홈페이지로 개설할 예정이다. 양지원 포스코 환경 사회공헌실 사회공헌그룹 매니저는 “최근 홈페이지 이용객들은 접속 후 바로 정보 확인을 원한다”며 “특히 젊은층의 경우 두세 단계 과정을 거치면 금방 피로도를 느끼고 이탈률이 높아 별도 봉사단 홈페이지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SK텔레콤도 사회공헌 포털 안에서 고객들이 포인트나 현금을 기부할 수 있는 온라인 모금함 ‘기브유(Giveu)’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개편 계획 중이다. 장형일 SK 텔레콤 T 투게더 매니저는 “현재는 포털 내에서 ‘기브유(Giveu)’ 가입과 기부 등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부 협조와 투자 부족해 포털 지속 운영 ‘주저’

하지만 내부 협조와 투자가 부족해 기업 사회공헌 포털 운영에 난항을 겪는 곳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는 “실무단에서는 사회공헌 포털을 개편하고 모바일과 연동하는 등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기존에도 투자가 거의 없었고 이용자가 많지 않아 내부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업 사회공헌 포털에서 고객 기부 활동을 펼쳐온 또 다른 기업은 이달 내 사이트를 폐쇄할 예정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고객 기부를 받으면서 법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처리는 물론 기부 영수증 처리 문의까지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기룡 플랜엠 대표는 “금융, 통신 등 고객의 온라인 참여가 높은 기업은 사회공헌 포털을 통한 ‘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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