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NGO 살리는 기부종잣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가끔 비영리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저는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책을 꼭 권유합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설립한 웬디 콥의 이야기입니다. 미 명문대 졸업생을 선발해 2년간 도심 빈민 지역의 공립학교 교사로 봉사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교육 개혁을 이끈 인물입니다. 우연히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후 초기에 운영 자금을 모금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NGO도 한국과 비슷하구나’였고, 또 하나는 ‘신생 NGO가 말라죽지 않도록 기부 종잣돈을 주는 곳이 미국엔 많구나’였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이 NGO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까요. 최근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에 총 30억원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 설명회에 500명이나 몰렸다고 하지요. ‘공익 기금’이 부족하다 못해 말라버린 국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국내에 기업 사회공헌 자금이 3조원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비지정 기부금’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에 가보니 그곳에는 미국 전역에서 나오는 ‘그랜트(Grant·기금)’ 정보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홈페이지에 올라오더군요. 공익 목적의 사업을 하고자 하는 NGO와 기금을 잘 쓰고 싶은 기업 재단이 만나는 투명한 ‘정보 거래장터’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이 장터가 열리기 위해선 기부자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공익 기금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은 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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